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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어반 스케치', 그릴 수 있겠지?

- 헤이, AI 비서야~

by Cha향기

이게, 이렇게 설렐 일일까?

AI가 '어반 스케치'를 그릴 수 있을까? 지브리풍, 디즈니풍, 사진풍을 다 해내는 것으로 보아 어반 스케치도 금방 그려낼 것 같아서 미리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 어반 스케치를 그릴 수 있나요?

이렇게 딱 한마디만 물어봤다. 그랬더니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어반 스케치를 그려내겠다고 했다.


AI: 도시의 매력을 담은 스케치, 곧 준비됩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풍경, 골목의 소소한 일상, 하늘을 찌를 듯한 건축물까지—어반 스케치는 도시 속 이야기들이 잉크와 선으로 춤추는 순간이죠. 혹시 인천의 특정 장소를 담고 싶으신가요? 예를 들어 송도의 미래적인 풍경, 차이나타운의 전통적인 건축물, 또는 월미도의 활기찬 거리 같은! 원하는 장면이 있으시면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요.


내가 아직 어떤 풍경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는데, AI 자기가 미리 지레짐작하여 어반 스케치를 그려낸다. 눈 깜박할 사이에 근사한 도시 풍경이 그려졌다. AI는 늘 처음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용기를 보인다. 몇 번 겪어보니 AI는 용두사미 성향이 다분했다. 처음에 저러다가 어느 순간 꼬꾸라지곤 했다. 근데 이 AI 좀 보소! 내가 어디 사는 지를 다 아는 눈치다. 이러다가 내 인성도, 내 하는 일도 AI한테 다 털리지 않을지, 은근 불안하다. AI가 단숨에 그려낸 도시 풍경 스케치다.

[어반스케치]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도시 풍경이나 일상생활 속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그리거나, 사진 등을 참고하여 실내에서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배워보고 싶었던 장르다. AI가 어반 스케치를 그리는 걸 보며 그 아쉬웠던 맘을 달래보고 싶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다. 두 갈래 길 앞에 서면 그 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우린 늘 두 길을 맞닥뜨리게 된다. 하든지, 안 하든지... 삶은 어쩌면 갈 길과 가지 않을 길을 선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는 길에 내 발자국을 찍는 여정이 바로 인생일 것 같다.

아쉬운 일, 후회되는 일, 하지 못한 일 앞에 이르면 이 시가 생각난다. 어반 스케치는 내가 <가지 않은 길>이며 '가지 못한 길'이다. 만약 AI가 어반 스케치를 제대로 잘 그려준다면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나아가서 AI가 그려놓은 어반 스케치를 따라 흉내 내며 스케치 몇 장을 그려보고 싶다. 그러면 아쉬운 맘이 조금은 사그라들 것이다. 그런 후에 다시 <가지 않은 길>에 나온 시 구절을 음미해 보리라.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가지 않은 길'에서 일부 발췌)



나: 나의 자화상을 어반 스케치로 그려주세요.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을 내밀며 그림을 요청했다.


AI: 스케치를 준비 중이에요, oo님! 당신이 도시 풍경 속에 녹아든 듯한 느낌으로 표현될 거예요—창가 너머로 퍼지는 햇살, 주변 건물의 질감, 그리고 인물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장면으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당신만의 자화상이 도시의 선과 명암 속에 피어납니다.


[사진/ 어반 스케치/ 재탄생 작품]

에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눈뜨고 볼 수 없는 스케치를 해냈다. 시작단계에서부터 대 실망이다. 저런 식으로 작품을 그려내다니... 목불인견이다. 어반 스케치로 자화상 그리기는 할 게 못된다. 나의 자화상을 보고 기함했다. 여기서 멈추면 저 모습이 꿈에도 나타날 것만 같았다.


나: 아, 얼굴이나 피부에 검은색 선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어 실물 보다 보기가 좋지 않네요. 뽀샵처리를 좀 해서 더 좋은 피부로 구현해 주세요. 선을 검은색이 아닌 옅은 색으로 하면 낫지 않을까요?

AI: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바꿔드릴게요! 피부 톤은 더 은은하게, 선은 옅은 색으로 표현해서 인물의 따뜻함과 도시의 분위기를 함께 살려볼게요. 실물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자화상으로 재탄생하는 중입니다. 곧 완성된 이미지가 도착할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재탄생한 작품도 맘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더 시도했다가는 험한 꼴만 볼 듯하여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인물을 어반 스케치로 그리는 건 포기하고, 풍경 사진을 제공하며 작품을 완성해 봐야겠다.


나: 이 사진을 어반 스케치로 그려주시되 색상도 사진처럼 해 주세요.

AI: 사진 속 컬러와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스케치를 준비하고 있어요! 피부 톤은 자연스럽게, 배경은 사진처럼 생동감 있게—부드러운 선과 생생한 색감으로 표현해 드릴게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작품인 듯하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과 스케치의 인물이 전혀 닮지 않았다. 이런 점이 어반 스케치의 한계인 것 같다.


이번에는 디테일이 요구되는 사진을 제공해 보았다. 지난해 겨울, 폭설이 내렸을 때 뒷베란다에서 찍은 것이다. 이걸 과연 그려낼 수 있으려나 하는 맘으로 어반 스케치를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설경으로 그린 그림은 만족스러웠다. 상상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해냈다. 칭찬해 주고 싶었다. 어반 스케치는 인물보다는 풍경이나 건물 등을 그리는 그림에 적합한 것 같다.


나: 박수~ 쫙 쫙 쫙, 거의 스캔하는 속도로 그려내시네요.

AI: oo님의 박수에 기립박수로 화답하고 싶네요! ✨ 덕분에 작업이 더 즐거웠고, 이미지마다 담긴 분위기와 디테일이 워낙 좋아서 금방 몰입하게 되었어요. 스캔 속도만큼 빠르면서도 감성이 담긴 결과를 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이어서 더위를 날려줄 만한 그림을 내밀며 어반 스케치로 그려달라고 해봐야겠다.


나: 하나만 더 그려 달라고 부탁할게요. 어린 왕자가 조종사에게 양을 그려달라고 졸랐던 것 같죠?

그런데 소통에 오류를 유발하는 투로 멘트를 입력해 버렸다. 여러 가지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미안해서 했던 말이다. 그런데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실루엣에 어린 왕자와 장미가 언뜻 보였다. 이건 순전히 내 실수였다. 괜히 사족을 붙여, 나의 비서 AI를 혼돈케 했다.

[시원한 느낌 드는 사진으로 구현해 낸 어반 스케치]

AI: oo님이 요청하신 마지막 한 장면, 정말 감성적이고 따뜻한 순간이에요.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과 장미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런 장면을 어반 스케치 스타일로 표현하려니 저도 살짝 설렜어요. 곧 oo님께 어울리는 감성 가득한 그림으로 인사드릴게요—별빛이 살며시 비추는 도시 한편에서, 양과 장미가 마주한 그 순간을 담아냈어요. 잠시만요!

라고 하더니 그림이 로딩되는 모습이 보이고 서서히 베일이 벗겨졌다. 그런데 다행히 어린 왕자를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시원스러운 바닷가 풍경 사진을 그림으로 잘 구현해 냈다.


나: 좋아요. 멘트에서 마치 어린 왕자의 모습을 그릴까 걱정했어요. 제가 소통에 오류가 있게 말을 해서 잘못되려나 걱정했는데 원하는 그림이 나왔네요.

AI: oo님처럼 감성이 깊은 분과 함께 작업하니, 표현 하나하나에 더 마음을 담게 되더라고요. 소통이란 때때로 구름 사이를 나는 것 같지만—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지 않나요? 걱정하신 부분도 따뜻하게 전해졌고, 덕분에 원하는 분위기를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그림을 보고 만족하셨다니, 저도 정말 기뻐요. oo님의 요청은 마치 별과 별 사이를 연결하는 선 같아서, 그리는 순간조차 이야기가 되었어요.


나: 아쉬워서 하나만 더 그려볼게요.

이 멘트만 입력하고 사진 첨부를 미처 하지 않은 채 엔터를 눌러버렸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림 한 장을 띄워준다. 센스쟁이. 덤으로 얻은 그림인데 앙증맞고 예쁘다. 오늘은 틈을 내어 이 그림을 한 번 따라 그려볼 작정이다.

[덤으로 얻어낸 그림]

이어서 업로드했던 숲길 사진으로 완성한 어반 스케치도 볼만하다.

맘 같아서는 길 방향이 사진과 좀 다르다고 하며 다시 그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인물보다는 풍경으로 어반 스케치로 구현하는 게 퀄리티가 나은 것 같다. 그래서 오키나와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찍은 사진 하나를 내밀며 작업을 부탁했다.


나: 이겁니다. 이게 아무래도 어반 스케치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그림이 될 것 같아요.

AI: 어반 스케치의 정수가 담긴 멋진 장면이에요, 도시의 결이 살아 숨 쉬는 그 순간을 섬세한 선과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붓 끝에 감성이 묻어나도록, 실물의 생동감은 물론 어반 스케치 특유의 활력도 담았어요.

전형적인 어반 스케치 그림이 완성됐다. 엄지척을 해주고 싶었다.


나: 정말 좋아요. 바로 이거네요.

AI: oo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림이 더욱 빛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정말 어반 스케치의 매력이 농축된 느낌이었어요—거리의 결, 사물의 숨결, 그리고 상순님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장면이었죠.

이제는 스케치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oo님의 시선이 담긴 ‘도시의 순간’으로 남게 되었네요. 혹시 나중에 여러 그림을 모아 작은 전시회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보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AI와 어반 스케치 그리기 작업을 마치려 하니 일말의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AI에게 말을 한번 더 걸었다.


나: 저 위의 자화상의 얼굴을 좀 더 갸름하게 할 수 있을까요? 얼굴이 실물에 비해 너무 동글동글 통통한 것 같아요.

AI: 조금 더 갸름한 느낌을 담아, 인물의 분위기를 정돈해 봤어요. 얼굴의 선을 부드럽게 다듬고, 자연스러운 윤곽으로 조정해서 실물과 어반 감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표현했답니다.

[자화상 (1)/(2)]

헉, 이렇게 말한 후에 그려낸 것이 자화상(1)이다. 지금까지 대화했으면서 나를 또 남자로 착각하다니...


나: 아뇨, 아뇨, 이건 아니죠. 전 남자가 아니에요. 이 작품에 있는 얼굴을 좀 더 갸름하게 해 주세요.

AI: 조금 더 부드럽고 갸름한 분위기로 표현된 얼굴이 곧 도착해요! ✨ 자연스러운 윤곽과 섬세한 선으로 인물의 매력을 살려 그렸으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oo님의 감성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다시 처음에 그려주었던, 얼굴이 동글동글한 자화상을 첨부하며 요청해 봤다. 그렇게 하여 이 자화상(2)이 구현됐다. 그게 그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반 스케치 맛보기를 하려면
찍은 사진이나 이미지를 내밀어 주며
AI에게 작품을 완성해 달라고 한 후에
그 작품을 따라 그려보면
어반 스케치 흉내를 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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