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톺아보기 1 (첫 경험)

#모브 (Mauve: 회색빛이 도는 연보라색)

by Cha향기

청희 엄마, 노순희가 갓 스무 살 때 일이다. 그날은 동네 친구 옥이, 둘레랑 셋이 물질하러 나갔다. 물때를 맞추어 키조개와 맛조개를 잔뜩 잡은 날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그들은, 잡은 해산물 바구니를 집에 내동댕이치고 동구 밖에서 다시 만났다.


장터에 가보자고 한 것은 옥이었다. 옥이는 율도리 마을보다 장터에 더 익숙했다. 공회당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날이면 옥이는 놓치지 않고 장터에 나갔다. 영화를 보고 온 다음 날, 조무래기들은 정자나무 아래 앉아 옥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옥이가 공회당 안에서 있었던 얘기를 할 때 모두 귀를 더 쫑긋했다.

“어이구, 공회당 안이 얼마나 지린내가 나는지 몰라. 아예, 축축하더라. 어느 망할 노무 새끼들이 공회당 안에서 그 짓을 해대거나 오줌을 갈기기도 해.”


공회당 안에서 더러는 딴짓한다고 했다. 공회당 안은 다른 재미가 쏠쏠한 곳인 듯했다. 옥이는 공회당 얘기를 할 때면 마치 변사나 된 듯이 감정을 있는 대로 부풀렸다. 그런 줄 알면서도 애들은 재미있게 옥이 얘기를 들었다.


그날 장터에서, 옥이만 졸졸 따라다녔다. 다방으로 들어갔다. 옥이는 <백일홍>이란 다방에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는지 아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 다방에는 뱃사람들이 가득했다. 온통 왁자지껄했다. 마치 공판장에 온 듯했다. 게다가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져 정신이 없었다. 껌을 씹으며 슬리퍼를 딸딸 끄는 다방 아가씨는 연신 생글거렸다. 뱃사람들이 가슴에 돈을 꽂아주기 때문이랬다.


노순희, 옥이, 둘레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목에는 스카프를 둘렀다. 멋을 잔뜩 낸 모양새였다. 옥이가 커피라는 걸 사주겠다고 했다. 검은빛 물이었지만 입안 가득해지는 향이 좋았다. 다방 안에서는 뭐든지 다 재미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웃음이 났다. 신나게 얘기하고 있는데 몇 명의 사내가 그녀들 테이블로 다가왔다. 모자를 쓰고 멋진 제복을 입은 사나이도 있었다. 옷이 사람을 그렇게 멋져보이게 하는 것인 줄 몰랐다. 제복입은 사내는 영화배우 같았다. 율도리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멋쟁이였다. 제복을 입은 남자는 목소리가 굵었다.


“이 동네 사나요?”

“아니라예.”

“우리 같이 술 한잔할까?”


옥이가 눈을 찡긋했다. 사내들과 함께 ‘한일관’이란 술집으로 옮겨갔다.


"그라모, 좀 있다 문 앞에서 보제이."

옥이가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몸을 배배 꼬면서 손을 흔들었다.


처음으로 외관 남자와 술을 마셨다. 술맛은 별로였지만 노순희 가슴은 콩닥거리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사내의 입김이 그녀 귓불에 닿았다. 뿌리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온몸을 만지며 말했다.


“참, 예쁘네.”

그 말이 싫지 않아서 그녀가 웃었다.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우리 다른 데로 옮길까?”

노순희는 흐느적거리며 그를 따라갔다. 장미꽃 벽지가 화려한 방이었다. 그가 제복을 벗었다. 팬티만 입은 채로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가 그녀를 덮쳤다. 눈앞엔 온통 장미꽃만 아른거렸다. 정신이 가물거렸다.




시간이 꽤 흐른 후에 셋은 여관 앞에서 만났다. 옥이가 씩 웃었다.


“좋았어?”

“뭐가?”

“시치미 떼기는?”

“돈 좀 주던가?”

“뭔 돈을?”

“그라모 니는 그냥 공짜로 몸을 바쳤는갑네? 난 이만큼이나 받았는데?”


옥이가 돈뭉치를 흔들어 보였다. 셋이 밤길을 걸어 율도리에 돌아왔다. 그 이후에 옥이는 몇 번 더 장터에 놀러 가자고 했다. 순희는 고개를 저었다. 얼마 후에 옥이는 어디론가 떠나더니 더 이상 율도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둘레도 점점 순희를 피했다. 둘레는 틈만 나면 장터에 나갔다. 이제 다른 몇몇 친구들이 둘레를 따라 장터에 나가곤 했다. 그나저나 순희 배가 점점 불러왔다.


“이걸 어쩔 거냐?”

“....”

“아비도 모르는 얼라를 우야믄 좋노?”

“나도 몰라.” 엄마는 세상이 다 무너지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딸아이를 낳았다. 면서기가 아이 이름을 뭐로 할 거냐고 물었다. 엉겁결에 창선면 사무소에서 '창선'이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아이가 백일도 채 되기 전이었다. 낯 모르는 사람이 순희 집으로 몇 번 들락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순희 모친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순희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니가 아비 모르는 자슥을 키우며 평생 살 수 있겠나? 물건리 쾌생 의원이 얼라를 입양하겠다고 기별해 왔데이. 얼라를 위해서도 좋고, 너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데이.” 쾌생 의원 집과 이미 얘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나도 몰라. 내 얼라를 우예 다른 사람한테 주노?”

“니가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니데이. 이노무 가시나야.”


그렇게 노순희 딸 노창선은, 정국선이란 이름으로 물건리 쾌생 의원 집으로 입양됐다.


청희 엄마, 노순희는 자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 가슴에서는
응애응애 울던
창선이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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