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Lilac:연한 보라색, 라벤더보다 더 밝음)
율도에 가 보자고 말한 건 국선 언니였다. 언니는 운전까지 자처했다.
“뭔 경사 났나? 율도에 뭔다꼬 갈라 하노? 금의환향이라도 했나?”
엄마는 율도에 가자는 언니 말에 딴지를 걸었다.
“그래도 우리 함께 가 봐요. 우리 태를 묻은 곳이잖아요.”
오빠가 말했다.
“나는 싫다마. 무슨 창피고? 너거 엄마가 서방을 셋이나 뒀던 년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기가?"
차가 출발했는데도 엄마는 자꾸만 구시렁대며 언짢은 기분을 드러냈다.
차가 슬슬 밀리는가 싶더니 창선면으로 검은 세단이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끝없는 행렬이었다. 흰 국화 화환을 잔뜩 실은 윙바디 트럭도 간간이 보였다. 우리가 탄 차는 걸어가는 것보다 느릿느릿했다. 차창을 열고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봤다.
"무슨 일이 났는갑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일꼬?"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마을 어귀에 상여가 너울거리고 있었다. 소복을 입은 여자가 동구 밖 낮은 언덕에서 구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직업적으로 섬마을 초상집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 듯했다. 그녀의 앞소리에 상두꾼들이 뒷소리로 장단을 맞추었다.
앞소리: 어허, 어 어어 어리 넘자 어 허어.
저승길이 멀다 해도 삽작 밖이 황천이요.
상두꾼들: 어허, 어 어어 어리 넘자 어 허어.
앞소리: 서른 서이 상두꾼아 발을 마차 소리하소.
상두꾼들: 어허, 어 어어 어리 넘자 어 허어.
앞소리: 좁은 질도 널리 잡아 질 없어도 넘어간다.
상두꾼들: 어허, 어 어어 어리 넘자 어 허어.
앞소리: 황천길이 멀다 해도 북망산천이 황천인가?
금잔딜랑 옷을 삼고 돌 개미를 벗을 삼아
옷이 없어 못 오거든 상주치 옷 입고 오소.
신이 없어 못 오거든 상주치 신 신고 오소.
꽃상여는 춤을 췄다. 상여가 누웠다 일어났다 하며 너울거렸다. 만산에 흐드러진 꽃과 어우러져 온통 꽃물결이었다. 마을 어귀는 화환과 꽃장식으로 길목을 메웠다. 꽃 축제였다. 망자의 썩어져 가는 육신은 냄새 내지 않고 한 줌의 흙이 되겠다. 상여는 잔걸음으로 지체했고 그때마다 지폐가 상여끈에 꽂혔다.
“이거 해 넘어가겠네. 우리 어지간히 합시다. 정 의원님이 전 재산을 몽땅 율도 공원 건립에 기부했으니 그냥 얼른 보내드리세.”
장례를 서두르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는 온 천지에 울리도록 더욱 구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여자의 목이 메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언니를 째려봤다.
“우야꼬, 쾌생 의원이 돌아가셔갖고 율도리 선산으로 들어오시는 갑다. 니가 나가서 절해야 한다. 이 가시나야. 사람이 그라믄 몬 쓴데이. 은혜를 앙물하믄 안된데이.”
엄마는 국선 언니 등짝을 치며
소리쳤다.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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