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Epilogue)

#레몬 쉬폰(Lemon Chiffon:연하고 밝은 노란색)

by Cha향기

언니가 던져준 쪽지를 읽다가 정신을 잃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오래되어 낡은 기억과 꿈이 엉켰다. 엄마를 만났다. 오빠도 보였다. 우린 유영하듯 떠다니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기억 밑바닥이 구정물처럼 휘저어졌다.


“그라모, 얼라들을 굶겨 죽일 기가? 진주에 친척이 있는데 야들을 입양시키고 싶다 카더라. 공부도 시키고 잘키워 준단다.”

“안 됩니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겁니더.”

“무슨 수로 저 얼라들을 키운단 말이고? 청희 어매 건강도 그런데, 얼라들 미래를 생각해야지.”

“어이구, 이 년은 서방 복이 지지리도 없데이. 나는 서방 잡아먹는 여자입니더. '한 많은 이 세상~', 내 몬 산데이. 이런 답답한 가슴으로 내는 몬 산데이. 아이고 답답해라.”



“가자, 청희야, 가자, 엄마가 꼭 다시 데리러 갈게.”

엄마 등에 업힌 청희의 한쪽 신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발, 신발, 내 신발~”

"내가 주워 줄게. 울지 마, 오빠가 있잖아." 어린 창휘는 청희의 신발을 잡고 다른 손은 엄마 손을 잡았다.


창휘는 어느 손도 놓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창휘와 청희를 진주에 데려다 놓고 대문을 나갔다. 도망치듯 떠났던 엄마의 뒷모습이 늘 아른거렸다. 창휘는 울지 않았다. 고개를 젖혀 눈물을 다시 눈 속으로 넣었다.


비몽사몽 간이었다. 엄마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이 들렸다 말았다 했다. 청희도 엄마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해졌다. 부둣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슴에 섬뜩한 바람이 일었다. 청희에게 기대어 있던 엄마가 땅으로 꼬꾸라졌다.


엄마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엄마는 무마디 엄지 손가락에
도라지 순으로 만든
풀반지를 끼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cS7aORIZyU

[남자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


[요즘, 브런치에 탑재한 유튜브 링크가 폰에서 구동되지 않더라고요. 폰 사용자를 위하여 원본 영상을 올립니다.] 남자가 부르는 '여자의 일생'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 편에 _칠암동 슈퍼마켓_이 있고  오른 쪽에는 _오후 6시, DJ_라는 카페가 있다. 파스텔화, 저녁 모습.jpg

▲그림 ⓒAI



★ 그동안 이 소설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자전적 에세이,『무려 한평생, 뚜벅거리는 중입니다』로 만나겠습니다.


#꿈길

#여자의 일생

#입양

#풀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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