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외로움

선택적 고립의 예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오늘따라유난히

#2022-01-08


오늘의 하루는 이랬다. 어제 마신 술이 깨지않았다. 밤새 뒤척이다, 알콜이 떠나간 후 각성이 아침 6시에 나를 일어나게만들었다. 일은 항상 빨래같다. 돌려도 돌려도 계속 쌓이는 빨래.


#1. 에너지 나누기

나는 일을 제외하고는 영 좋은사람은 아닌것같다. 오늘의 해야할일에, 식탁치우기, 드라이 맡기기, 옷 수선하기 따위의 일들조차 해야하는 업무에 넣어놓고는, 오늘 이 간단한 일도 하지 못했다는 괴멸감이 나를 괴롭힌다. 집에 있을때는 오로지 세상과의 격리를 위해 산다. 가만히 누워서,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이 떠오르면, 생각 하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잠시 불안한 자유를 누린다. 이것은 표현의 퇴화인가, 생존의 방식인가.


#2. 같은사람, 다른 대우

이번주에는 나의 20대 중반을 행복하게 했던 두번째직장에, 업무차 회의겸 방문하여 회의를 진행하였다. 그 회사의 장을 달고 계신 분이, 대견하다고했다. 그러자 나는 외롭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포장지 안에는 온통 요란한 소리를 내는것뿐인데.. 나는 대답했다. 당신의 운영방식은 나를 참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그때의 기억이 흰색이라, 당신도 흰색같이, 오랜만에 사람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고싶어요.


#3. 수면제 의존성

이번주 목요일에는 무엇에 홀린듯, 술을마시고 아침에 모든 일정을 취소해버렸다. 한계인가, 단 하루라도 게을리 삶을 대하면, 불면증이라는 벌이 찾아온다. 그래서 지금 나는 벌을 받고있다. 심지어 오늘은 수면제도 없는 날이다. 병원을 가지 않는 나의 탓이겠지. 덕분에 오늘 저녁부터 밤까지 우울과 불면이라는 친구들과 꽤 오랜시간을 버텨내야하겠다. 내일 오전부터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런 연쇄반응은 역시 나를 더 못나게 만든다.


#4. 외롭다.

나를 아는 지인들은 빨리 결혼하라고한다. 원래 이런얘기하지는 않지만, 나를보면 안정감이 필요할것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맞다. 외롭고 불안하다. 스스로가 고통의 역치가 높거나, 인내심이 상당해서 생각해서 표현한적은 없지만 나는 그렇다. 나의 하루를 이러쿵 저러쿵 정도만 설명할 수 있는 나의편이 있었으면. 온기를 찾아헤마다 결국 나쁜일과 마주하게 된다. 너는 나에게 언제쯤 올까.


#5. 나는 나의 총체다. 나의 과거가 세세히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마치 삶은 미분과 적분 같다. 지금의 나를 미분하면, 과거의 내가 생기고, 과거의 나를 적분하면 현재의 내가 만들어지며, 그 잉여물은 마치 적분상수같다. 어떤사람들은 적분상수를 사랑이라고하지만, 나에겐 그림자이다. 우울이란 검은색 그림자.

사랑받고싶지만 사랑받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내가할줄 아는거라곤 받는것을 인질삼아 주는 방식에 익숙해진지 모른다. 내가 친절함으로써 상대에게 친절함을 강요하는.


#6. 후회하나?

내삶은 대체적으로 단 하루도 어제로 돌아가고싶지 않는 삶을 산다. 삶이 자유와 평안이 근간은 이루는것이 아닌, 의무와 책임으로 이루어져있어서, 하루를 살아내고 나면, 아 이 어려운 것을 해내었구나라고 느낀다. 사실은 해내지 못하였을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라고말하고 싶어서. 이것은 큰 비밀이지만, 나에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후회한만큼 성장하는거겠지"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


#7. 우울과 부정은 전염이라고 생각하고, 말과 사실을 알고난뒤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을 위해 침묵을 지키겠다. 물론 이해받지 못할거라는 생각도한다. 당신의 행복의 총합에는 나의 행복도 있는가? 아니면 있었는가? 있을 예정인가?


#8. 난 어쩌면 그사람과의 만남이 잘되지 않기를 바랬는지도 몰라요.

내가 사랑했던 당신들이 이제는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서 당신들의 삶에서 서서히 멀어지려고 한다. 내가 어디 멀리 떠난다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굳이 당신들을 붙잡아 두지않겠다는 말이다. 가끔은 당신이 흔들리는것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가끔은 당신들의 평안이 너무 부러워서, 옆에 있으면 나도 평안해지길 바랬다. 하지만, 나는 불안과 우울이니, 당신들과 멀어지는게 낫겠다. 멀리서 지켜보며 당신이 행복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2025-07-19

#1. 예전의 나에게

그때의 너는 최선이었어. 후회만큼 성장했지. 그럼에도 지금도 후회와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 근간에 있던 검은색이 조금은 희석되어 약간의 어두운 회색이니, 흰색이 되진 못해도 다음엔 밝은 회색으로 넘어가겠지. 요즘도 주위에 적분상수에 대해 이야기해. 말하는 방법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약간은 미세하게, 조금더 촘촘하고 다정하고.. 냉정해졌어. 그리하여 이번 챕터의 마지막 단락이야. 다음 챕터에서는 기울기가 조금은 빗겨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겠지. 익숙하게 그 사이에도, 누군가 찾아왔고 떠났고, 아쉬움과 원망을 남기기도 하고 미안함과 감사함이 오고갔어. 아마 앞으로도 그러겠지. 우리에게 남은건 여전히 그대로란 사실보단, 그 사이의 경험과 통찰력, 익숙한 단단해짐 이겠지. 좋은일이 생길거라는 기대감보다, 나쁜일이 없었으면 하는 하루는 여전하고, 그때의 너가 챙기고싶었던 사람들도 많이 떠났지만, 그 태도는 여전해. 너에게 잘어울려.

그리하여 다시 만나. 지금의 너가, 지금의 내가 되어, 미래의 나와 다시 이야기해보자. 고생했다고.


추신. 불면증은 벌은 아니더라. 시간은 죽이면 생각이 탄생하더라고. 공허하고 따듯한. 너가 앞으로 쓸 모든 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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