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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Jun 15. 2019

여행기자는 여행작가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11일간 진행된 미국 캘리포니아 출장의 마지막 여정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왔는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 노트북을 켰다. 발 부상과 애매한 시차 적응 탓에 컨디션이 제 상태가 아니었고, 육체적으로 가장 피곤한 출장이 됐음에도 왠지 모르게 여행기자에 대해 지금 정리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만 2년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직업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또 올해 4월 관광학과 대학생이 여행기자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그때 기억을 다듬어보려고 한다.


여행기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가

가장 흔한 오해는 여행기자는 여행 다니며 여행기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정 부분 맞지만 온전하지 않다. 여행하고 여행기만 쓴다면 이는 여행작가이지 여행기자는 아니다.  

관광 및 여행 업계의 여행 기자는 여행사, 관광청, OTA(익스피디아 같은 온라인 여행 기업), 랜드사, 항공사, 호텔 등의 산업을 다루는 '기자'다. 여행과 관련된 기업들의 동향과 시장 상황, 국민들이 어떻게 여행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한다. 따라서 여행보다는 기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여행을 다루기 때문에 팸투어라고 불리는 여행업계 관계자들, 미디어 단독의 여행을 다녀온 후 관련 기사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출장은 국내외 통틀어서 1.5달당 1회이며, 일상은 위에서 말했던 주제에 대해 취재하고, 기업들이 보내는 보도자료 중 알찬 것들을 골라 기사 작성에 전념한다. 

이러한 여행기자가 일하는 곳을 국내에서는 여행업계지라고 하는데, 오프라인 및 온라인 신문을 찍어내는 곳은 본인이 속한 '여행신문'을 포함해 3~4곳 정도다. 따라서 여행작가가 아닌 여행기자를 희망한다면 위 사항을 인지해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업무를 할 때도 현타를 방지할 수 있다. 

*관련 기사도 첨부한다.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159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489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이에서 진행된 제33회 한일 관광 진흥 협의회 취재 당시 촬영한 단체사진

여행기자의 출장

출장 종류는 다양하다. 어느 곳에서 주관하는가에 따라 여행 및 기사의 성격이 상이하다. 2년간 다닌 것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선 한국여행업 협회(KATA)와 협업하고 있는 여행사랑(국내여행상품 중 우수여행상품을 선정해 취재)이 있다. 국내 출장인데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의 상품을 직접 가거나 아니면 똑같은 코스로 따로 출장을 간다. 패키지에 동행해본 적은 없고 자유여행으로 가서 취재한다. 1년에 3~4회 진행한다. 

관광청 및 항공사 주관 팸투어, 각 국가 관광청이나 항공사가 신규 노선 취항 시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먼저 팸투어를 진행한다. 시장성을 확인하고, 신규 상품 출시를 위한 사전 탐색이다. 그리고 미디어의 경우는 목적지를 알리는 성격이고. 관광청과 항공사는 비교적 예산이 넉넉해 꽤 훌륭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본인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담당하고 있어 출장 시 만족도가 높은데 동남아와 중국 쪽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모 기자는 동남아에 학을 띄기도. 

마지막으로 트래블마트 참가를 위한 출장이다. 프랑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각 국가에서 열리는 트래블 트레이드 쇼다. 해당 국가의 호텔, 테마파크, 현지투어 등 관광업계 셀러들이 세계 각국의 여행사, 온라인 플랫폼 등의 바이어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자국 여행의 매력을 뽐내는 박람회 성격이다. 개인적으로 업계지의 특권이라고 볼 수 있어 여행기자 출장의 꽃이라 생각한다.  이 트래블마트는 너무 힘들지만 정말 유익하고 재밌는 출장이라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트래블마트 관련기사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650

여행사랑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22

올해 3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프랑스 대표 트래블 마트 '랑데부 프랑스'


급여는?

그래서 돈을 얼마 버는데? 흔히 여행사 및 관광업계는 박봉이다라고 말하는데, 여행업계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행사 초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몰라 비교할 순 없어도 오히려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20대 중후반에서 31~2세까지 월세 걱정(이게 엄청 크긴 하다)이 없다면 혼자 벌어 적당히(어떻게 기준을 두느냐 천지차이지만..) 먹고살만한 정도다. 그 이후는 사실 잘 모르겠다. 더더욱 남자라면 힘들 수도 있는데, 업계지에서 7~15년차 남자 기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그 이상은 1~2분 계신다.)

그나마 자기 위안과 합리화를 할 수 있다면 역시 출장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꽤 괜찮은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인데 적어도 내게는 출장은 기회이자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고, 연봉도 합리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출장에서 다녀온 여행의 경비를 환산하며 적은 연봉에 대한 위로를 삼는다. 

2018년을 예로 들면 해외 출장은 오사카, 캐나다, 오사카, 이스라엘, 후쿠이 순으로 다녀왔고, 국내 출장은 4~5번 정도 다녀온 것 같다. 일본의 경우 여행비를 추정하면 평균 120~150만원 사이고, 캐나다는 400만원, 이스라엘은 450만원짜리다. 국내는 보통 15~20만원 선이다. 다 합하면 1,300만원 이상이다. 그거 안 가고 돈으로 주면 더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중소기업 급여 여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힘들다. 게다가 관광청이 주관하는 팸투어의 경우 일반 패키지여행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아 여행 좋아하는 여행기자들에게는 좋은 경험이자 즐거운 추억이다. 결국 급여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3월 랑데부 프랑스 시작 전 진행된 팸투어에서 다녀온 칸


여행기자를 희망한다면

당연히 여행을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일반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작문 능력과 적당한 상식이다. 그렇다고 메이저 언론사랑 비교하기는 한참 무리니 걱정을 덜어도 좋다. 또 필수는 아니지만 장착하면 좋은 무기는 외국어와 사진이다. 

외국어 스피킹은 내게 지금 가장 큰 고민거리라 노력 중이다. 특히 영어 스피킹은 잘하면 정말 여러 면에서 좋다. 해외여행을 다루기 때문에 자연스레 외국인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고 실제로도 흔하다.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도 당연히 많다. 물론 인터뷰는 대부분 통역을 대동하고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지만 좀 더 깊은 정보 또는 뒷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천천히 관계를 맺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고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잘하면 무조건 플러스 알파다.

사진도 물론 포토그래퍼를 대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잘하면 출장 시 좀 더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제일 중요한 건 여행기만을 쓰는 여행작가가 아니라  여행사, 항공사, 관광청, 랜드사, OTA 등의 여행 기업과 여행상품 등 여행 시장을 다루는 기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어와 사진 등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잘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플러스 알파가 된다

발전 가능성은?

매일매일 고민 중이다. 어떻게 커리어를 만들어갈지 고심 중이나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우선 맡은 바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모색하려고 한다. 



처음 여행기자 관련 글을 쓰려할 때는 심도 있는 글을 쓰려했지만 첫 글이라 단순히 여행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으로 트래블마트 등 여행기자의 업무를 다루면서 깊이를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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