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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Apr 10. 2020

1989의 첫 경제 위기

여행업계의 비명


지금까지 2번의 경제 위기를 겪었다. IMF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다.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대형 악재였던  사건이지만 이로 인한 어려움은 체감할 수 없었다. IMF 때는 초등학생이었고, 리먼브라더스는 대학교를 막 입학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 자체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우리 집 가계에 악영향을 미쳤었던 것 같지만, 크게 좋았던 적도 없어 무덤덤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확연히 다르다. 그 타격이 나 또한 휘청거리게 했다.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폐렴 공포, 여행시장 발목'이라는 기사가 우리 신문에 실렸다. 주말부터 중국 여행 취소 건이 쏟아졌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중국 시장에 한정된 이야기였으니. 그러나 하루하루 지날수록 바이러스는 곳곳에 침투했고, 주변 여행사 직원들이 하나둘씩 집에 머물기 시작했다. 2주 만에 단축근무에 희망퇴직 수준까지 이르렀다. 국내 확진자 수는 20명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그럼에도 '금방 끝나겠지'하며 안심하고 있었다. 2월 말 혹은 3월 초 하나투어가 70% 급여에 주 3일 근무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탓이다. 


그렇게 80일이 지났다. 4월10일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여행 문과 하늘길이 굳게 닫혔다. 당분간, 아니 빨라도 3분기까지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여행업계는 진작 셧다운 상태다. 자연스레 신문 광고도 제로에 가까워졌고, 기사 아이템도 찾기 힘들어졌다. 쥐어짜 내는 수준이 됐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기업들의 행사가 있었고,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돼 활기찬 여행업계가 출장과 함께 일의 활력소였는데 뚝 끊겼다. 동력이 사라졌다. 지치는 일상의 연속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결국 내게도 단축 근무와 급여 삭감이 다가왔다. 업계 직원들이 단축근무, 유급휴직 등을 이야기할 때 나 또한 '급여가 줄어도 좋으니 방학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봉 동결 및 최소 3개월간 급여 삭감이 현실화되니 그 압박감은 꽤 묵직하다. 삭감 폭이 다른 곳과 비교해 그나마 나은 상황인데도 올해 계획했던 모든 것에 연쇄 타격을 입힌다. 하루하루 움츠러든다.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함도 커지고 있다. 2월 말만 해도 상반기는 어렵더라도 7월부터는 회복할 걸로 예상했으니 말이다. 


무수한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답답한 것은 역시나 '돌아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답답함이 옥죄어 온다. 최근 3년 간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을 벗어났는데 이제는 사무실 밖도 제대로 나갈 수 없으니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이제는 이러한 감정이 친구처럼 옆에 찰싹 달라붙은 지경이다. 더군다나 위 약화로 제대로 된 식사도 2달간 못하게 되니 낙이 없다. 3월 말까지 근근이 버텼는데 지금부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오늘부터 단축근무로 10일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무 일정 없이 출근하지 않는 게 3년 만에 처음이라 오늘 하루는 멍하니 보내다가 불현듯 내일부터가 진짜 코로나19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재정비할 시간이 주어진 거나 마찬가지다. 단순하다. 그저 종종 있을 장기간의 공백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돼서는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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