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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Feb 23. 2019

좋고 싫음, 그리고 이해와 인정

북부 이스라엘 #2 - 포용의 도시 하이파(Haifa)


일로 만난 사람들과 퇴근 이후 사적으로 거의 만나질 않는다. 아니다. 한 번도 없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 가벼운 치맥 타임을 가졌다. 다만 나만의 일방적인 편함으로 빚어진 촌극 탓에 1년 가량 쓴 안경을 세면대 앞에서 처음으로 떨어트렸다. 한 없이 쏟아낸 좋고 싫음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왜 그랬을까. 

시간이 쌓일 때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고, 확실히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애써 합리화한다.

오이 싫다. 빈말도 싫다. 좁은 객실보다 냄새나는 객실은 더욱 싫다. 나열하면 끝이 없을 것이며, 불편하고 싫은 게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것도 분명하다. 관리 안 된 생맥주보다 병맥주가 좋고, 소고기보다 닭고기가 좋다. 여행이 좋고, 특히 이스라엘이 마음에 든다. 아이돌과 다큐멘터리가 좋다.


좋고 싫음에 대해 생각해보니 희안하게도 그 끝에선 하이파가 떠올랐다.

바하이 정원 아래로 뻗어 있는 저먼 콜로니 지역에는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하이파는 이스라엘 북부의 중심이자 항구 도시로,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바하이 정원(Baha’i Garden)과 갈멜산(Mount Carmel) 등이 주요 관광지로, 9월에는 하이파 국제 영화제도 열린다. 특히 12월에는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페스티벌이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데 문화와 종교, 인종에 상관없이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하이파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축제야 참가할 여력은 없지만 레스토랑 도우잔에서 하이파가 말하는 포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모든 것을 초월해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인정하고 함께하기를 택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도우잔의 사장 파디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머물지만 공존보다는 각자의 구역을 존중한다. 특히 예루살렘의 경우 종교별, 인종별로 사는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반면 하이파는 종교와 상관없이 다들 어울려 사는 분위기고 이 식당도 그렇다고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파디는 18년 전부터 식당 운영을 시작했고, 도우잔을 가정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꾸미고 싶었다고. 테이블과 의자 등 도우잔을 꾸미는 것들은 이탈리아와 영국의 앤티크 가구들을 직접 구매했다고 한다. 음식도 상당히 다국적으로 준비되는데 레바논식 스타일을 바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맥주에서 인정과 포용의 정신은 정점을 찍는다. 왜 그러냐면 오른쪽 골드스타는 이스라엘의 국민 맥주다. 반면 오른쪽 타이베 맥주는 팔레스타인 맥주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단번에 놀랄 것이다. 우리를 이끌던 목사님도 다른 지역에 가면 타이베 맥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도우잔 이후 어느 곳에서도 타이베 맥주를 만나지 못했다. 

이렇게 투 샷을 같이 볼 수 있는 지역이 바로 하이파다.


음식도 다국적이면서 맛도 썩 괜찮다. 

하이파에서 고양이 찾기는 한국에서 김치 찾기만큼 쉽다.

어찌됐든 치맥과 하이파를 통해 내린 결론은 개인의 취향에 대해 이해를 바라거나 강요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요구다. 다만 서로의 좋고 싫음을 존중해주는 것 만큼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 여행으로 돌아온다. 저녁이 되면 바하이 정원의 상징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거리는 보라빛으로 가득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녁의 화려함과 거리가 먼 하이파의 여유로운 아침. 날씨 운도 따랐다. 바하이 정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하이파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바하이 정원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바하이교는 유일신을 믿는 종교로 모든 인류의 정신적인 융합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단일성, 인류의 단일성 등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특성이 있다. 종교와 관련된 곳이라고 무작정 거부감을 보이면 곤란하다. 바하이교의 성지인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이파의 전경은 그 어떤 도심 전경보다 짜릿하다. 잘 관리된 정원 또한 매우 아름답다. 



바하이 정원의 상징물을 찍으려는 동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다들 눕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하이파 전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이동. 이곳이 백미다. 날씨 운도 따라줘 끝내주는 경관을 감상했다.



아이도 눈을 뗄 수 없는 하이파 전경이다. 하늘과 깔맞춤한 아이의 센스에 놀라고 하이파에 또 한 번 놀란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하이파의 전경. 시원하게 뻗은 바다와 항구, 종교적 건물, 거주지 등 온갖 것이 모여 하이파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포용과 인정이 존재함은 자명하다.

                                                                                                  HA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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