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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Mar 24. 2019

뒤늦은 외모 고민

북부 이스라엘 #3 - 최북단 로쉬 하니크라

이스라엘 출장은 내게 참 많은 영감을 줬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뿐만 아니라 9일간 함께 다닌 다른 분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여행기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이후 부끄럽지만 스스로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는 평가를 자체적으로 내리기도 했다. 


로쉬 하니크라는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아랍인 그리고 십자군 등 고대의 많은 군대들이 오가던 지역이다

동시에 걱정과 별생각 없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외적 모습'이다. 한국 나이로는 이미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외모 고민이라니.. 돌이켜보면 25살까지는 젊은 자체가 무기라고 생각해 전혀 신경을 안 썼고, 실제로 마음도 편했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야 단순히 '단정하게'를 목표로 옷 사고, 머리도 신경 써봤는데 여전히 관리한다는 게 어색했다. 물론 그 사이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십자인대 수술 이후 꾸준히 붙은 살 중 20kg 떼어내니 옷태가 나아졌고, 몸도 가벼워졌다. (물론 일하면서 절반은 돌아온 듯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이 이스라엘을 정복했고, 1918년 프랑스와의 연대를 위해 도로를 포장했다. 또 하이파와 레바논 트리폴을 잇는 철도도 뚫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고민이 커졌을까? 

결국 여행 사진 때문이다. 이스라엘 전까지 내가 찍던 여행 사진은 풍경과 사물 위주였고, 간혹 풀샷에서 사람들이 걸리는 정적인 사진이 많았다. 그렇지만 해외여행은 결국 다른 나라 사람의 삶을 들여본다는 내 여행 가치관에 비춰보니 여행 사진도 인물 사진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스라엘을 같이 누빈 사진작가님의 사진도 큰 영향을 미쳤다. 렌즈를 응시하는 외국인부터 조금 더 그들에게 다가가 배경과 그들이 적절히 어울리는 사진은 진짜 여행하는 것처럼 생기가 돌았고, 마음속에 질투심마저 생겼다. 

때문에 로시 하니크라 바위에는 철도 노선이 파여 있고 현재도 철도 노선의 잔해를 볼 수 있다

이제 인물 사진의 중요성을 알았으니 찍어야 하는데 시련이 닥친다. 어떻게 다가가지.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지. 그냥 카메라 들이밀면 안 될 것 같은데. 몇 가지 생각만으로도 땀이 삐질삐질 가슴은 두근두근. 

그렇다 보니 좀 더 외적으로 준수했다면 거침없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외적인 모습이 인상을 결정하고, 무언가 안심(?)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아니면 외모와 상관없이 매력을 더 키워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로쉬 하니크라를 걷는 내내 '사람에게 다가감'에 대해 끝없이 생각했다. 용기가 필요한데...

케이블카를 활용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데 지중해의 장엄한 풍경은 덤이다. 침식 작용으로 곳곳에 생긴 동굴로 들어오는 강한 파도와 코끼리 바위 감상도 놓칠 수 없다. 

결국 로쉬 하니크라에서는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이스라엘을 떠나기 전 근사한 인물 사진 하나 남기기로 목표를 잡고 남쪽으로 향했다

로쉬하니크라, 아꼬, 하이파의 일정을 마치고 중부 쪽 앰포라 와이너리로 향했다. 

놀랍게도 이스라엘에서도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부티크 와이너리에서 연인과 함께 와인 한 잔 기울이는 여행이 가능하다. 하이파 남쪽에 자리한 앰포라 와이너리는 부티크 와이너리로 규모는 작지만 소량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곳 때문이다. 

앰포라 와이너리

이스라엘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날 거라 상상도 못 했는데 제법 근사하고 운치 있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와인 생산을 담당하는 바딤 트론(사진 왼쪽)

이곳에서 와인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바딤 트론씨는 “이스라엘에는 350~400개의 와이너리가 있지만 7곳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를 부티크 와이너리가 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7곳은 율법과 코셔를 지키며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에게 와인을 판매하지만 앰포라 와이너리의 경우 품질을 위해 코셔 등 율법을 포기했다고.

소믈리에가 와인을 설명하며 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른쪽 치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만드는데 다 이곳 와이너리에서 제작한다. 위에 검은색 치즈는 베지테리언을 위한 치즈라고.. 와우.


 때문에 안식일 등을 지키지 않고 양질의 재료와 적절한 시기에 포도를 수확하는 등 와인의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레드와인을 메인으로 화이트, 스파클링, 디저트 와인 등을 생산하는데 와이너리에서 4종류의 와인을 시음하고,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스라엘 여행 기념품으로 한 병 모시고 왔다


일단 와인 한 잔 마시며 고민 잊고 가이사랴로 발걸음을 옮겼다. 항구 도시라는데 왠지 모르게 대단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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