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의 역사, 흐름
안경이란 무엇일까요? 안경의 본질, 안경의 사전적 정의는 시력이 나쁜 눈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하여나 바람, 먼지, 강한 햇빛 따위를 막기 위하여 눈에 쓰는 물건. 입니다.
안경의 시초, 안경이 사용된 시점은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알긴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안경을 주제 로 기록이 남겨진 문헌 도 없고 인류 역사에서 안경이 언급된 타임라인도 광대하며 어느 관점에서 해석하여 최초인지를 따져야 할 부분도 복잡하기 때문이죠.
역사에서 단순하게 가장 먼저 언급된 건 고대 로마시대의 네로 황제(54년 ~ 68년)가 검투사 경기를 볼 때 에메랄드 안경을 착용했다는 기록과 고대 중국 판관들이 대모갑과 연수정으로 된 안경을 착용했다는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는 시력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한 광학적인 기능이 배제된 선글라스 용도의 기록이죠.
광학적인 기능이 언급된 건 1268년 영국의 철학자 로저 베이컨이 렌즈를 사용했다는 것과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1271년 ~ 1295년)에서 원나라 신하들이 대모갑으로 만든 볼록한 렌즈를 끼고 있다. 기록입니다. 이 역시 누굴 봤더니 이랬더라~ 저랬더라~ 라는 카더라 형식의 기록이지 안경 자체 본질로서 기록은 아닙니다.
이렇듯 설(說)로서만 남아 있고 동, 서양.. 이곳저곳.. 타임라인도 50년대부터 1200년대까지 광범위해서 안경의 시초, 안경이 사용된 정확한 시점을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역사의 일부분이 아닌 안경으로만 기록이 발견된 건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이 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살비노 아마티(1258년 ~ 1312년)라는 인물의 묘비에서 피렌체에 살았던 안경 발명자 여기 잠들다. 라고 발견이 되죠. 이후 1352년 이탈리아 화가 토모소 다 모데나가 그린 위고 대주교의 초상화 에서 최초로 사람이 안경을 쓴 그림이 세상에 나왔고 그 외 여러 자료에서 안경을 착용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는 13세기부터 상업과 금융업의 발달 르네상스 운동으로 최고의 부흥기를 맞이했습니다. 인근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은 유리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유럽 전역에 유리를 공급할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죠. 부와 기술력이 합쳐져 안경은 발명되고 발전되어 본격적인 시력 보조용 기구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4세기까지 유리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안경은 소수의 권력가와 중산층 이상만 누릴 수 있는 전유물이었죠. 하지만 안경이 폭발적으로 공급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수의 귀족, 권력가, 부를 독점한 상인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려 지식 혁명을 촉발하게 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었죠.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명되고 50년간 900만 권이 넘는 책들이 출판되었습니다. 14세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그리고 산업 혁명의 방아쇠가 될 만큼 그의 인쇄술은 인류에 획을 그은 발명이었습니다.
책이 일상화가 되니 자연스레 안경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안경사 벤자민 마틴은 당시 읽기용 돋보기인 일안 안경이나 코안경이 주를 이루던 안경 시장에서 안경테와 눈과 코 사이의 각도를 조절하고 렌즈가 빛에 반사되지 않도록 개발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시야도 개선되고 시력도 더 잘 보이게 되어 안경을 늘 착용하고 다닐 수 있게 되었죠.
19세기까지 대다수 권력층, 귀족층들은 안경을 쓰는 것을 기피했습니다. 문자를 읽고 쓰는 일은 집사나 하인이 하는 일이라고 여기기도 했지만 안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안경이 얼굴을 망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잡혀있었습니다. 그래서 액세서리처럼 디자인된 렌즈를 눈에 대었다 떼었다 하며 사용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에 목걸이 형태, 손에 쥐는 로니에트 안경, 팽스네 접개 안경, 한쪽 눈에만 대는 단안경, 만년필, 목걸이, 장신구 속에 교묘하게 숨긴 안경 디자인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20세기가 되어서 더 이상 신체적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시그니처와 개성을 표출하는 오브제로 활용하게 됩니다. 제임스 딘, 르 코르뷔지, 존 레논, 칼 라거펠트 등 모두 인물과 안경이 이미지화되어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사례죠. 그리고 여러 형태의 안경에서 프레임과 템플 로 된 현재의 안경 형태로 정립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안경이 자리 잡힌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안경은 시력 보조용 의료기기의 역할과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패션 아이템의 경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글라스, 구글 글라스, AR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눈을 통하여 많은 것들을 하기 위해 여러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라는 사건을 통해 안경이 폭발적으로 대중에게 공급되었지만 가까운 미래는 안경 자체로 역사에 획을 그을 사건이 오길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