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이 가지고 태어난 피부톤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어떤 컬러매치는 생기를 돋궈주고 싱그러워보이게 해주지만 어떤 컬러는 반대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퍼스널 컬러를 진단(?) 받기도 한다던데
나는 컬러는 모르겠고 아마 러닝에서도 이런 비슷한게 있지 않나 싶다. 타고난 성격이나 오랜시간 굳어진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겨난 일종의 “성향”
이 러닝 퍼컬에 잘 맞게 훈련하면 에너지도 더욱 샘솟고 기량 향상도 빠르지만,
반대로 퍼컬 미스매치를 해버리면 얼굴색도 칙칙해보이고 어디 아프냐는 소리도 듣고… 그런것 말이다.
대표적으로 아침형 / 저녁형이 있다.
누군가는 꼭 일어나자마자 뛰어야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달리기부터 하는것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당연히 여기에 정답은 없으므로 아침에도 뛰어보고, 저녁에도 뛰어보고, 일과중 갑자기 점심에도 뛰어보고 하면서 내 퍼스널 컬러를 찾을 수 밖에.
또 하나는 여름형/ 겨울형이 있다.
너무 덥고 습해서 실외 달리기가 꺼려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더운건 얼마든지 괜찮지만 추운것만큼은 싫다는 러너도 있을터이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여름/새벽형이다.
6,7,8월의 특권
나는 일년 내내 실외에서 달리기를 하지만 그 중에서도 6,7,8월의 달리기를 가장 좋아한다. 해가 일찍 뜨는 계절이니 5시 반정도면 달리러 나갈 수 있다. 옷도 가볍다. 반바지에 싱글렛, 선크림 바르고 양말에 러닝슈즈만 신으면 준비 끝이다.
10km쯤 달리고 숨 고르고 물 마시고 집에 와도 7시 전이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마치 이 여름 새벽 달리기는 나에게 은밀한 사생활과도 같다. 달리기를 하겠노라 시간을 따로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고, 몇시몇시에 보자는 사람에게 ‘나 그때 달리기 해야돼서 좀 힘들어’ 하고 강제 달밍아웃(?)을 할 필요도 없다.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아무런 표 나지 않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은밀함이 더더욱 특별한 기분을 준다.
정말 귀한 진미를 아무도 모르게 혼자 먹고 입을 쓱 닦는 그런 기분 말이다. 그리곤 하루 종일 흐뭇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반대로 겨울 저녁 달리기는 나에겐 아주 최악이다. 일단 천식이 있는 나는 찬공기를 마시면 안좋아서 겨울철엔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기다려 따스한 시간에 뛰기때문에 저녁까지 가지도 않지만..
뭔가 오늘 꼭 해야하는 일이 있는데 지금 당장 할수는 없고 하루종일 “그거 해야하는데” 하고 스트레스만 받는거다.
달리기라는게 내가 못한 달리기를 누가 빼앗아가는것도 아닌데
벌써 뛴 친구를 보면 괜히 조바심이 나고, 나도 진작에 뛸걸!! 하며 억울한 기분마저 든다.
옷입는것도 한참걸린다.
겨울용 기모 레깅스에 기모 컴프레션 티에, 기온을 봐서 패딩조끼를 입거나 윈드브레이커를 입거나 아니면 둘다 입거나…
모자도 써야지, 거기에 장갑 끼어야지, 장갑 끼고나면 핸드폰 조작도 불편하고 일단 옷을 몇겹을 입었으니 벨트백까지 도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16주 훈련을 7,8,9,10월에 하는 뉴욕마라톤(11월 첫째주)은 여름에 농사지어 가을에 추수하는 쌀 같은 것이다.
반대로 11,12,1,2월에 훈련해야하는 도쿄마라톤(3월)같은것은 추첨에서 뽑힐 확률도 희박하지만서도 애초에 언감생심인 것이다. 12월 1월은 감기(로 인한 천식발작)으로 몸져 눕지나 않으면 다행이니 말이다.
지금은 9월.
춥고, 흐리고, 간간히 비가 온다.
여름 새벽형 러너에겐 겨우겨우 지나간 계절의 흔적을 붙들고 늘어지는게 최선인 계절이다. 그나마 뉴욕마라톤이 끝나고 나면 빼박 겨울이다.
추수철을 향해 가고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여름내 비오듯 흘렸던 땀과, 달려온 거리, 함께 훈련한 친구들과의 추억…
나의 러닝 퍼스널컬러인 여름/새벽이 이렇게 또 한 해만큼 내 몸에 새겨진다.
여러분의 러닝 퍼컬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