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담 Jul 15. 2021

피,땀,눈물 말고 곡기, 육류, 소금

동남아식 라임 피쉬소스를 곁들인 함박스테이크 & 파스타

미국말고 다른나라도 그렇겠지만 서양음식은 딱히 이름이 없다는게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음식은 "제육볶음" "삼계탕" "냉면" 이런 이름이 있는데, 이걸 고급 레스토랑 스타일로 써보면 "고추 페이스트로 맛을 낸 돼지고기와 야채 볶음", "인삼과 대추를 넣고 오래 끓인 닭고기 수프 & 찹쌀 밥", "메밀로 만든 탄력있는 국수를 곁들인 시원하게 식힌 소고기 수프" 이렇게 된다.


딱히 음식에 이름이 없고 재료와 조리법을 주절주절 설명해놓는 이런식의 메뉴는, 고급 음식점에서 금테 두른 메뉴판을 촥 펼치며 주문할때는 버벅거리기가 일쑤라 아주 성가시다. 하지만 서양요리의 무한한 확장성, 음식 자체를 넘어 사고방식의 자유로움이 바로 이런곳에서 나오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에 정해진 이름이 있고 모범답안같은 맛이 정해져있는 음식은 등수를 매기기가 참 쉽다. 가장 맛있는집부터 가장 맛없는집까지, 다수결이든 뭐든 혹은 나만의 기준으로 만든 개인적 순위표라도 만들수가 있다. 하지만 정해진 이름이 없이 "어떻게 어떻게 조리해 무엇을 곁들인 생선 전채요리"라는것은 일단 어떻게 조리할것이냐, 무엇을 곁들일 것이냐, 어떤 생선을 쓸것이냐부터 해서 무한한 경우의 수를 만들 수 있으니 순위를 매기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어떤 타이틀을 놓고 그 아래에 순위를 써 내려가야할지부터가 막막하다. 


순위를 매길수가 없어지면 일단 사람이 자유로워지는것도 사실이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누군가와 비교당하지 않고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만드는 것. 요리뿐만 아니라 옷을 입는 방식, 화장하는 방식, 그림그리는 방식이나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물론 다 장단점은 있어서 이런 사회는 100명이 100방으로 중구난방으로 달려나가다 보니 기량적인 면에서 발전이 더디다. 수련생 100명을 놓고 지금부터 무 채를 썬다. 가장 빨리 써는 사람부터 가장 느린 사람까지. 시작! 매사가 이런식인 문화권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요리책이나 요리잡지를 봐도 메뉴가 그런식이다. 대충 메뉴 이름을 보면 조리방법은 안봐도 알 정도의 이름이 붙어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별것은 아닌데, 이걸 이거랑 조합한다고? 하는 의외의 발견이 있기도 하고, 막상 해서 먹어보면 늘 먹던 재료인데도 그렇게 조합하니 새롭기도 하다.


뭐 그러니까 음식이라는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어깨에 힘을 빼고 이거랑 저거랑 그거를 곁들여서 이렇게 저렇게 조리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게 뭔가 싶어도 재료와 조리법을 주절주절 열거해놓으면 고급 서양 레스토랑 메뉴스럽게 되니까 말이다.



Salt, Fat, Acid, Heat 이 요리의 4가지 요소라는 말을 잘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말이다. 요리만큼 단순한것이 없다. 피땀눈물까진 필요 없고, 곡기에 육류와 야채를 더해 간이 맞으면 그것이 바로 궁극의 음식이 아닌가 말이다.


밥을 먹자니 더워서 스파게티를 삶아 함박스테이크를 얹어본다. 함박스테이크에 늘 따라나오는 소스는 좀 질렸고 마침 여름이기도 하니 라임과 고수로 동남아 분위기를 한껏 냈다. 동남아 분위기에 피쉬소스가 빠질 수 없다. 그렇게 간을 맞추니 곡기, 육류, 소금이 맞아떨어져 요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게 뭐라고 하는 음식이냐고?



동남아식 라임 피쉬소스를 곁들인 함박스테이크 & 파스타



기억하자

재료와 조리방법을 열거하면 고급 레스토랑!

작가의 이전글 의외로 건전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