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혹시 낙타세요..?
러닝에 필요한 용품이 있다면 내 경우엔 정말 필요 없는 용품도 있다.
이거 없으면 달리기 못한다는 용품이 저마다 다르듯이, 불필요한 물품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다.
나에겐 그게 물통이다.
나도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땐 물통을 들고 뛰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 체액의 농도가 높아지면 퍼포먼스가 급격히 하락… 등등 유식한 분들의 말을 너무 주워들은 탓이 한몫 했고, 평생에 운동이라는걸 해본적이 없으니 땀을 그렇게 흘려본적도 없어서 일단 큰일나는 줄 알고 수시로 마셔댔었다.
아마 그시절엔 땀으로 배출된 양보다 더 많이 마시면서 뛰었던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코로나 시절이었기 때문에 공원 급수대가 다 폐쇄되어서 누구나 물을 들고다녔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물통을 가지고 뛰었다.
그런데 이걸 손에 들고 뛰다보니 성가셔도 보통 성가신게 아니라, 벨트타입으로 된 물통 거치대(?) 같은것도 사봤다.
그걸로 한동안 잘 뛰는가 싶었는데, 역시 철썩거리는거 싫어서 포니테일도 못하는 내 성질머리에 걸맞게 물통에 남은 물이 출렁대는게 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부드러운 재질로 된, 아이스크림 “설레임”같이 물을 짜올리는 형태의 물통이 있었다. 물통 속에 공기가 없어서 물을 마셔도 출렁거리지 않는게 좋아보였… 지만!!!
이 즈음 되어 나는 내 몸의 괴물같은(?) 성능을 발견해버렸으니,
웬만큼 뛰어도 물을 마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한여름 최고 습도인 계절을 제외하면 1시간 정도는 물을 전혀 안 마시고도 뛸 수 있다. 기후가 괜찮을때는 중간에 한모금정도 축여주기만 해도 하프마라톤을 뛴다.
간혹 이런 체질인 사람들이 있어서 낙타라고 부른다. 내가 처음 런클럽에 들어갔을때 낙타로 유명한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내가 낙타였을줄이야…
물론 물을 안 마셔도 뛰긴 뛴다는 뜻이지 절대 몸에 좋을리 없다.
위험성을 동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따라하진 마시길 바란다.
어쩌다 우연히 자신의 체질을 발견한다면 나름 편리한 (급수대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 기록단축 효과도 있는) 행운의 체질이라는것 정도로만 기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