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뉴욕마라톤까지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거리를 늘려가는 시기다. 지난주말엔 25km를 뛰었고 이번주엔 20km.
마라톤 훈련을 하다보면 훈련메뉴는 대략 서너가지로 간추려진다.
스피드를 위한 인터벌, 업힐 훈련, 지구력과 스피드를 동시에 하는 템포, 그리고 장거리.
각자 성향에 따라 좋아하는 메뉴가 있고 그렇지 않은 메뉴도 당연히 있을것이다. 단거리 집중 퍼포먼스에 약한 나는 당연히 인터벌을 가장 싫어하고, 장거리를 가장 좋아한다.
장거리의 핵심은 페이스를 평소보다 늦춰 ‘숨차지 않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그날의 목표거리를 뛰는 것이다.
딱히 힘들지도 않아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루하고, 반대로 말하면 굉장히 한가롭다. 나는 이 장거리 달리기의 한가로움이 좋다.
뭐래도 상관없는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눠가며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뛰는 장거리도 좋고, 비트에 몸을 맡기고 음악을 들으며 뛰는 장거리도 좋다. (다만 너무 흥에 겨워 오버페이스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때로는 진짜 이른 아침에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음악도 듣지 않고 땅을 차고 나가는 내 발소리만 들으며 뛰는것도 좋다.
요즘세상에 하루에 두시간, 아니 단 한시간 만이라도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귀한지.
혼자 있어도 쉴새없이 메신저는 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지인들의 sns는 업데이트되고 메일함엔 새 메일이 차곡차곡 들어온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세상에서 두시간을 길 위에서 혼자 뛰면서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신저에 답도 하지 않는다.
오직 로드 그리고 나의 시간.
그래서 나는 주말에 뛰는 장거리를 가장 좋아한다.
왼발 그 다음 오른발. 번갈아 앞으로 내미는것 말곤 딱히 할일이 없는 이런 한가함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