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지 않는 낭만
체스를 두어본 사람이라면 '나이트(Knight)'를 떠올릴 것이다. 기물들을 뛰어넘는 유일한 존재니까. 하지만 쇼기의 '계마(桂馬)'는 나이트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어쩌면 조금 더 슬픈 운명을 가졌다. 왜냐고?
계마는 뒤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계마의 움직임은 아주 심플하다.
앞으로 두 칸, 그리고 옆으로 한 칸(Y자 형태의 윗부분)으로 점프한다.
다른 기물이 앞에 있어도 뛰어넘을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제약이 있다. 체스의 나이트는 8방향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계마는 오직 앞쪽 두 곳으로만 간다. 옆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한 번 뛰어오르면, 그곳이 적진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다시는 아군 진형으로 돌아올 수 없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스포츠카와 같지 않은가! 그래서 초보자는 반드시 계마를 다룰 때 3가지를 명심해야한다.
입문자 시절, 계마를 잘 쓰는 것만으로도 승률이 확 달라진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격언: 계마의 높은 뛰기는 보의 먹이 (桂馬の高跳び歩の餌)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기분이 좋다고 계마를 폴짝 뛰어나가는 것이다. 계마가 앞으로 나가면, 바로 머리 위에 상대방의 '보(병사)'가 톡 하고 놓인다. 계마는 뒤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상대가 보를 앞에 두면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 계마는 확실한 공격 찬스가 아니면, 자기 진영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계마의 가장 큰 무기는 특이한 각도다. 직선으로 공격하는 비차나 향차, 대각선인 각행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찌른다.
왕과 비차를 동시에 노리기: 계마가 딱 뛰어들었을 때, 왼쪽엔 왕, 오른쪽엔 비차가 있다면? 상대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금장과 은장을 동시에 노리는 것도 아주 강력한 전술이다.
계마가 상대방 진영(적진 3줄)에 들어가면 '성계(成桂)'로 승급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금장'과 똑같이 움직인다. 이제 뒤로도 갈 수 있고 옆으로도 갈 수 있다. 철없던 청년이 전장을 겪으며 노련한 장군으로 성장하는 느낌이랄까. 상황에 따라 변신을 할지, 아니면 계마 고유의 점프력을 유지할지 선택하는 맛이 있다.
계마 혼자서는 외롭다. 계마는 반드시 '보(步)'와 함께 써야 한다.
내가 공격하고 싶은 라인의 '보'를 먼저 전진시켜 상대방 기물과 부딪힌다.
상대방이 대응하느라 정신없을 때, 그 뒤 공간으로 계마가 뛰어든다.
이렇게 하면 계마가 잡힐 확률을 줄이면서 상대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쇼기를 두다 보면 수비만 하다가 답답해지는 순간이 온다. 꽉 막힌 국면, 도저히 뚫릴 것 같지 않은 상대의 방어벽을 마주할 때다. 그때가 바로 계마가 나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