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桂)' 이야기

뒤를 돌아보지 않는 낭만

by 미스터쇼기

체스를 두어본 사람이라면 '나이트(Knight)'를 떠올릴 것이다. 기물들을 뛰어넘는 유일한 존재니까. 하지만 쇼기의 '계마(桂馬)'는 나이트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어쩌면 조금 더 슬픈 운명을 가졌다. 왜냐고?


계마는 뒤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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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마법: "오직 전진뿐"

계마의 움직임은 아주 심플하다.

계.png 계(桂)의 이동법

앞으로 두 칸, 그리고 옆으로 한 칸(Y자 형태의 윗부분)으로 점프한다.

다른 기물이 앞에 있어도 뛰어넘을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제약이 있다. 체스의 나이트는 8방향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계마는 오직 앞쪽 두 곳으로만 간다. 옆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한 번 뛰어오르면, 그곳이 적진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다시는 아군 진형으로 돌아올 수 없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스포츠카와 같지 않은가! 그래서 초보자는 반드시 계마를 다룰 때 3가지를 명심해야한다.



2. 초보자가 기억해야 할 '계마'의 3가지 원칙

입문자 시절, 계마를 잘 쓰는 것만으로도 승률이 확 달라진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① 초반에 섣불리 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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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 계마의 높은 뛰기는 보의 먹이 (桂馬の高跳び歩の餌)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기분이 좋다고 계마를 폴짝 뛰어나가는 것이다. 계마가 앞으로 나가면, 바로 머리 위에 상대방의 '보(병사)'가 톡 하고 놓인다. 계마는 뒤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상대가 보를 앞에 두면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 계마는 확실한 공격 찬스가 아니면, 자기 진영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② 양수걸이(Fork)의 명수

11.png 상대 옥장이 계마를 피해야하기 때문에 상대 비차는 죽게된다.

계마의 가장 큰 무기는 특이한 각도다. 직선으로 공격하는 비차나 향차, 대각선인 각행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찌른다.

왕과 비차를 동시에 노리기: 계마가 딱 뛰어들었을 때, 왼쪽엔 왕, 오른쪽엔 비차가 있다면? 상대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금장과 은장을 동시에 노리는 것도 아주 강력한 전술이다.


③ 적진에 들어가면 변신한다 (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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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마가 상대방 진영(적진 3줄)에 들어가면 '성계(成桂)'로 승급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금장'과 똑같이 움직인다. 이제 뒤로도 갈 수 있고 옆으로도 갈 수 있다. 철없던 청년이 전장을 겪으며 노련한 장군으로 성장하는 느낌이랄까. 상황에 따라 변신을 할지, 아니면 계마 고유의 점프력을 유지할지 선택하는 맛이 있다.



3. 계마를 잘 쓰는 꿀팁: "연계 플레이"

계마 혼자서는 외롭다. 계마는 반드시 '보(步)'와 함께 써야 한다.

내가 공격하고 싶은 라인의 '보'를 먼저 전진시켜 상대방 기물과 부딪힌다.

상대방이 대응하느라 정신없을 때, 그 뒤 공간으로 계마가 뛰어든다.

이렇게 하면 계마가 잡힐 확률을 줄이면서 상대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마치며: 계마처럼 용기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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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기를 두다 보면 수비만 하다가 답답해지는 순간이 온다. 꽉 막힌 국면, 도저히 뚫릴 것 같지 않은 상대의 방어벽을 마주할 때다. 그때가 바로 계마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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