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회사생활
가스라이팅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의 말이 내 머릿속 꼬인 실타래를 풀어 주었다.
“그 사람이 임원급은 되나요? 그냥 같은 직장인 아닌가요?”
생각해 보니 날 괴롭힌 사람은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보다 회사에 일찍 들어온 월급쟁이일 뿐이었다. 깨달음을 얻고 문제를 과격하게 해결했다. 다른 팀으로 이동했고 지금은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내가 왜 가스라이팅에 당했는지, 주변에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들은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다. 공통적으로 모범생이면서 착한 사람이었고 상사 운이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썩 잘하진 못하더라도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다. 주변 어른들께 인사도 잘했다. 항상 성실하게 임했고 요령을 별로 피우지 않았다.
이런 모범생이 착하기까지 하면 가스라이팅에 취약해지는 것 같다. 착한 사람이란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 주는 걸 꺼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자아가 약한 것 같다. 내 생각, 감정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운이 없어서 가스라이팅하는 상사를 만나면 대참사가 발생한다. 상사가 일을 떠넘긴다든지 내가 잘못한 것에 화를 내는 게 가스라이팅이 아니다.
가스라이팅은 트집 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별 것도 아닌 것에 크게 화를 내는 것,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화를 내는 것 등이다. 처음에는 ‘왜 저러지?’, ‘아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 때려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든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상황에 길들여지면서 위축되기 시작한다. 결국 사람의 정신이 망가지게 된다.
모범생이면서 착한 사람은 자신이 트집 잡히면 해결하거나 받아들이려고 한다. 자아가 약해서 반발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트집 잡는 건 해결할 수 없다. 그러면 서서히 위축되고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게 된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첫째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하는 상대방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란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만약 이재용 회장이 키워주겠다고 가스라이팅 한다면 그냥 당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둘째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 좀 본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나를 존중하게 되면 누군가 나를 길들이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반발심이 생기게 된다. 그 반발심을 유지하면 된다. 그것도 회사생활하기 피곤하긴 한데 위축되는 것보단 낫다.
’적을 만들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물론 좋은 말이지만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그전에 적이 있어도 항상심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나중에 머리가 커지고 요령이 생기면 그때 유연하게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