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일기, 17개월
30년 넘게 살면서 아이를 좋아하거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예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에서 삼둥이가 인기를 끌었을 때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해서 틈틈이 유튜브로 찾아보며 힐링하곤 했다.
아이는 결혼 후에 우연히(?) 찾아왔다. 계획하고 아이를 가진 건 아니다. 신혼을 좀 즐기다 아이를 가지려고 했다. 일단 찾아왔으니 부랴부랴 맞이할 준비를 했다.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누구를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졌던 게 가짜였나 생각이 들 정도로 벅차올랐다. 아이가 태어난 다음 날 소아과에서 황달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난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오열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내가 애 낳으면서 비명 지를 땐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니...”라며 나무랐다.
아이는 나의 자유를 대가로 기쁨을 준다. 아이를
돌보면서 나의 시간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좋다. 나에게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아이는 그 자체로 이쁘다. 이쁜 것을 보고 만지고 곁에 두는데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갖고 싶던 것도 소유하게 되면 감정이 무뎌진다. 그냥 일상이 된다. 그런데 아이는 계속해서 이쁘다. 미운 네 살이나 사춘기가 되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아이는 잘 웃어준다. 가만히만 있어도 이쁜데 웃어주기까지 한다. 잠을 못 자서 힘든데도 웃어주면 힘든 게 사라진다. 아이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 간병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었다. 너무 힘들었지만 아이가 회복하면서 꺄르르 웃어줬을 때 피곤함은 싹 사라졌다.
아이는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놀라게 한다. 낑낑 거리며 뒤집기를 처음 했을 때 아내와 소리치며 방방 뛰었다. 처음 “아빠”라고 했을 땐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최근엔 “아니야”라고 해서 다른 의미로 놀라긴 했지만.
아이는 엉뚱한 행동을 하며 즐거움을 준다. 소파에서는 위험하니까 뒤로 내려오라고 알려줬다. 신발장에는 추우니까 가지 말라고 하니 엎드려서 뒤로 들어가려고 한다. 뒤로 들어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화장실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뒤로 들어간다. 그런데 거실에서부터 엎드려서 뒤로 간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항상 기쁨만 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쁨을 주는 일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 주었던 기쁨은 하나하나가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이 기쁨을 되새기며 간직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