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뭐야 벌써 금요일이야?”
육아휴직 후 아내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육아를 하다 보니 요일 감각이 사라졌다. 월요일에서 금요일 그리고 주말이 똑같은 일과로 흘러간다. 부러운가? 천만의 말씀. 아이는 주말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회사에서처럼 아이가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육아휴직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07:00~12:30, 14:30~20:00 총 11시간 동안 아이를 본다. 이후에 집 정리하면 21:30쯤 된다. 이걸 매일 한다. 솔직히 회사에서 야근하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이를 보다 보면 조금씩 달라진 점들이 보인다. 같은 책을 읽어줘도 관심 가는 페이지가 다르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장난감에 꽂히기도 한다.
아이에게 뭔가를 알려주고 아이는 그걸 습득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하는 것, 다 쓴 기저귀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자동차를 트럭, 승합차, 택시 등으로 분류하는 것. 나에 의해서 아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놓고 볼 때 이것보다 소중한 순간이 있을까 싶다.
또, 회사에서 썼던 가면을 벗을 수 있다. 피, 땀, 눈물이 묻어있는 가면 말이다. 일만 하기도 벅찬데 직장동료들까지 상대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다.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더니. 회사를 안 가고부터 피부가 깨끗해졌다.
업무에서 오는 압박감도 피할 수 있다. 퇴근 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 나는 입사 초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 그래도 내가 맡은 사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퇴근 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아직은 한국 정서상 남자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못하게 하는 곳이 많을 것이다. 쓴다고 해도 고과에서 밀릴 것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용기 내서 육아휴직을 쓰는 걸 추천한다. 나는 육아휴직 때문에 욕을 먹었고, 먹고 있고, 앞으로도 먹을 예정이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은 가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