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는 남편의 몫

by 태태파파

나와 아내는 신혼 초에 집안일로 종종 싸웠다. 아마도 ‘반반 부부’를 지향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양가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정도가 비슷했다. 돈은 균등하게 반으로 나눌 수 있지만 집안일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누가 더 집안일을 많이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평소에도 습진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설거지를 많이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아내는 자신이 설거지를 더 많이 했다고 생각했고, 가끔씩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럴 때면 ‘누가 더 집안일을 많이 했냐’로 승자가 없는 싸움을 했다.


이 의미 없는 싸움은 아내가 임신하고부터 사라졌다. 임신한 아내는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내가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게 당연했다. 가끔씩 아내는 내가 청소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싸우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내가 집안일을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엄마가 되더니 둘이 살 때랑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발달이나 식사, 놀이 등 아이에 관한 것에 있어서는 나보다 훨씬 꼼꼼하게 알고 있었다. 나도 일할 때는 꼼꼼한 걸로 인정받는 편인데 육아에 있어서는 아내를 따라갈 수 없었다.


설거지나 청소, 빨래는 내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육아에 있어서 내가 아내보다 나은 면도 있다. 아이랑 놀아주는 것과 단호하게 대하는 것이다. 아이는 아내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 장난감이나 책을 나에게 더 자주 가져온다. 아이가 떼를 쓸 때도 아내는 마음이 약해져 져줄 때도 있지만 나는 웬만해선 져주지 않는다.


가끔 아이 없이 둘이서만 살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본다. 편했겠지만 집안일로 계속 싸우지 않았을까. 아이가 생긴 뒤로 아내에겐 명확한 역할이 생겼으니 나도 나의 역할을 찾아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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