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둘이 처음으로 서울에 다녀왔다. 나는 대구에서 살고 있다. 군복무도 서울을 고집했지만 어쩌다 보니 대구 여성을 만나 집에서 300k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아이가 돌도 지났으니 미뤄 왔던 장거리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안타깝게도 아내는 만삭이라 같이 가지 못했다.
차로는 3시간 30분이 걸린다. 아이가 힘들어할 것 같아서 2시간 걸리는 KTX를 타기로 했다. KTX에는 유아동반석이라는 훌륭한 서비스가 있다. 만 원만 더 내면 아이와 두 자리를 쓸 수 있었다. 아이가 낮잠을 2시간 정도 자니까 그 시간에 맞춰 열차를 타면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아내와 같이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아이는 그림책에서만 보던 열차를 실제로 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열차가 들어오고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아내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랑 둘이 3박 4일을 병원에 있어봤기 때문에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아이가 낮잠을 잘 시간이라 안아서 재우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어깨에 고개를 대지 않았다. 눈은 말똥말똥했다. 그러더니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혹시 이 상태로 2시간을 버텨야 하나?’ 간담이 서늘해졌다.
일단 자리에 앉혀서 고구마 말랭이를 줬다. 다행히 얌전히 잘 먹었다. 그 다음은 우유. 쌀과자도 줬다. 한 30분이 지났다. 더 이상 먹일 순 없었다. 창 밖을 보여줘도 지루해했다. 갑자기 “오~ 오~” 소리를 내며 드러누웠다. 폭풍 옹알이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승객들 눈치가 보여 통로로 나가려고 하니 입석 승객들이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속 아이를 달랬다. 아이에게 “괜찮아~ 괜찮아~ 자자, 자자”라고 했다. 사실 주변 승객들에게 나의 노력을 알리는 말이었다.
곧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이를 달래느라 2시간 동안 고군분투했다.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아기띠에 태우고 여행가방을 정리했다. 그런데 기쁜 마음도 잠시,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낯선 환경이라 피곤한데도 잠을 못 잤던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울을 가기 전에 가까운 곳이라도 열차를 타봤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됐다. 잠을 못 잔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잠을 푹 재우고 열차를 탔을 것 같다. 아니면 운전해서 가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을 다녀오고 아이가 아팠다.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 못 갔다. 아이가 컸다고 여행을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2시간 동안 열차를 탔던 것, 서울은 좀 더 추웠던 것 아이에게는 역경의 연속이었다. 다음에는 날씨도 알아보고 컨디션도 잘 관리시켜서 여행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