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의 휴식
난 요즘 인생에서 가장 가성비 있게 행복감을 느낀다. 4,700원이면 해외여행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설렘과 낯섦을 만끽할 수 있다.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근처 스타벅스에서 30분 정도 앉아있다 집에 간다.
어린이집에서 스타벅스를 가려면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 맞은편에서 차라도 오면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난 이미 스타벅스를 가겠다는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 차있다. 마치 해외에서 구글맵을 켜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느낌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놓고 자리에 앉으면 설렘은 낯섦으로 변한다. 스타벅스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노란 조명. 그리고 오전 시간이라 텅 빈 공간. 열 맞춰 정돈된 자리는 밝은 톤이면서 어지럽혀진 우리집 거실과 대비된다. 이 낯선 공간에서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해방감은 오래가진 않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청소를 하고 둘째 아이를 돌봐야 한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아내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딱 30분만 앉아있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이상은 좀 지루하다.
아내가 마시는 아이스 라떼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스타벅스에서 쉬고 돌아가면 매번 가는 길도 좀 다르게 느껴진다. 육아를 하기 전에는 습관처럼 가던 스타벅슨데 이제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지루한 일상에 잠깐이나마 생기를 되찾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