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설탕 끊기 -17일 차-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은 내 손을 보고 걱정하신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손이 저렇게 됐을까...’하고. 사실 한포진은 별로 심각한 병이 아니다. 피곤하면 생기는 병이다. 단지 손에 붉은 습진들이 생겨서 아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 손이 이러면 근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명절에는 첫째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갈 예정이다. 손을 안 보이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하다. 아마 손을 보시곤 걱정할 것이다. ‘육아하느라 손이 저리 됐구나’라고. 맞긴 하지만 부모님께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다.
이럴 땐 밀가루와 설탕이 아군이 된다. 내가 피로해서 한포진이 났다면 걱정의 화살이 아이나 배우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밀가루와 설탕에 화살이 돌아가면 가정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밀가루와 설탕을 끊으니 피부질환이 좋아지고 있어요”
나의 예상 답변이다. 뭐 사실이기도 하고.
이번 명절에 뵙고는 한동안 못 볼 것이다. 이럴 때 손에 피부질환이 있으니 참 야속하다. 잠시 본가에서 본 모습으로 날 기억하실 테니. 한포진 때문에 부모님을 속상하게 만드는 게 가장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