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설탕 끊기 -22일 차-
와이프가 닭강정을 시켰다. 나의 의지가 살짝 흔들렸다. 튀긴 닭과 달콤 짭짤한 양념,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들 수 있는 최강의 조합이었다. 육아에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며 먹을까 말까 고민했다.
“난 안 먹을게”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지만 눈앞에 있는 닭강정을 외면하기로 했다.
와이프는 닭강정을 몇 점 먹더니 짜증 내며 말했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질기지. 못 먹겠다”
배민 별점이 말이 안 된다며 상자 채로 식탁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진짜 유혹은 닭강정 자체가 아니었다. 내면에 내재된 ‘도덕적인 자아’가 나에게 소곤거렸다.
“음식 남기면 안 돼”
“저녁 대신 먹으면 되잖아”
어렸을 때부터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고 배웠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아프리카에 굶는 아이들을 생각하라고 했다. 음식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도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다. 그래서 30살이 넘도록 음식을 남겨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닭강정을 버렸다. 과거의 ‘도덕적인 자아’를 버리기로 했다. 해롭다면 음식이어도 버릴 것이다. 내 몸을 해치면서까지 아까움과 죄송함에 굴복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