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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Dec 08. 2023

어쩌다 집짓기 - 4

1.  집 짓기의 첫 단계 토지 구입

7. 주택의 진입로는 남쪽으로 내는 것이 좋을까?

 나는 아이가 대학을 들어가던 해인 2019년 1월 집 지을 땅을 계약했다. 오랫동안 여러 곳의 땅을 찾아 헤매다가 이 땅을 소개받았는데 땅을 한 번 둘러보고 계약서에 바로 사인을 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던 설레면서도 떨리던 그 순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멋진 위치의 땅을 지금 잡아 두지 않으면 오랫동안 후회를 할 것 같았다. 주변 시세보다 2배 가까이 비쌌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땅을 보러 다녔던 경험이 있어서였다. 내가 구입한 땅은 평당가 580만 원 택지로 도로지분 포함 77평이었다. 인근 지역의 대지보다 많이 비쌌지만 주변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인프라가 아주 좋았다. 투자 가치로 보면 주택보다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해에 내 나이 오십,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용기 내어 구입을 결정했다. 1월에 땅을 구입한 후에는 틈이 날 때마다 아무것도 없는 나의 빈 땅에 갔다. 테이블과 의자를 갖다 두고 그 자리에 앉아 허공에 집이 지어진 후를 상상했다. 빈 땅에 4층 집을 상상만으로 미리 지어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내가 구입한 땅은 왼쪽 산 방향이 남쪽이고 오른쪽 길 방향이 북쪽이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북쪽으로 도로 인접 땅을 고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남쪽으로 길이 나 있어야 마당으로 햇볕도 충분히 들어오고 전망도 가리지 않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남쪽으로 집들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면 그 의견이 맞다. 내 경우는 북쪽이 내부도로였고 남쪽이 얕은 산이었기 때문에 나만의 조용한 마당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여담이기도 하고 TMI 이기도 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땅을 살 결심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나이 오십에 땅을 구입할 용기를 내었다고 했는데, 나는 여러 해 땅을 보러 다녔던 사람이다. 당시에는 땅을 볼 줄도 몰랐고 어떤 땅을 사면 안 되는지 사야 하는지 전혀 정보도 경험도 없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원주민부동산(왠지 원주민이라는 간판을 보면 믿음이 갔다)을 다니며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본 결과 정말 좋은 정보는 인맥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괜찮은 땅이나 집은 나처럼 뭣도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부동산 소개도 사람의 일이라 중개인과도 수년을 만나면서 정도 들고 믿음이 생겨야 내 일처럼 나서서 물건을 찾아 주겠구나 싶은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땅은 구해지지 않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땅을 살 현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발품을 열심히 팔아 볼 뿐이었다. 지인들이 어디 다니느라 그리 바쁘냐고 물으면 짐짓 '집 지을 땅 보러 갔다 왔어'하며 자랑하듯 답하곤 했다. 땅을 보는 것은 돈이 없어도 되는 거니까.

 그러던 와중에 아이가 대학을 들어가면서 기숙사로 들어가고 나는 빈둥지증후군이란 것을 절절히 경험하게 되었다. 학부모회장이었기 때문에 아이 학교에 일주일이면 서너 번을 가던 나에게 갑자기 많은 시간이 툭! 하고 떨어진 것이다. 미처 준비되지 못했던 나의 일상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그 구멍을 뭔가로 메꾸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그렇다. 나는 갱년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몸 여기저기에 근육통이 생겼고, 옷을 갈아입고 씻고 화장실을 가는 모든 일상에 통증이 따랐다. 운동부족인가 싶어 산책이라도 나가면 발꿈치가 찌릿하며 쑤셔서 길을 걷기도 힘들었다. 병원에서는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가슴이 두근두근 숨이 찼다. 내 코 안 쪽에서는 나만 느끼는 이상한 냄새가 항상 났다. 잠자리에 누우면 등이 뜨끈뜨끈해지고 식은땀이 나서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거실에 나가 맨바닥에 뜨거워진 등을 대고 누워서야 조금이라도 잘 수 있었다.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뭔가를 찾아야 했다. 그러다 찾은 그 뭔가가 집을 짓는 일이었다. 집을 지을 땅을 계약하던 날도 소심하고 쫄보인 나는 계약서에 선뜻 사인을 못하고 또 몇 날 며칠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 나의 몸 상태는 얼른 땅을 사서 집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도 저도 따지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다. 여러 해 동안 땅을 보러 다닌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당시엔 북쪽에 길이 있는 토지가 좋다는 것도 전혀 알 수 없는 시절이었지만 집을 짓고 살아 보니 아, 그때 참 잘했다 싶어 스스로에게 감사한다. 앞서서 개군면과 조안면의 땅을 예로 들었지만 주택이라고 해서 다 전원에 지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집 지을 땅이 도시에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 하면 대부분 전원에 짓게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 조금이라도 근거리의 땅을 보러 다니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였다. 전기 수도 가스 등 기반 시설을 깔아 둔 도심의 어딘가에 집을 지어야 살기 편하다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발품을 팔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아스팔트가 깔린 내부도로와 인입시설, 가로등, 방범 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는 택지지구를 나의 집터로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이 택지지구에 처음 왔을 때 대부분의 자리가 계약되기 전이었다. 앞서 부동산을 소개받을 때 인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곳 역시 잘 아는 분에 의해 오게 되었다. 지금도 늘 감사히 여기는 부분이다. 인맥은 분명 재산이다. 나의 시간과 돈을 들여 유지 보수 관리해야 하는 유형의 재산이다. 50여 개로 나뉜 택지 이중에 어디를 계약해야 할지... 한 시간 정도 고민했다. 내 전 재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중차대한 결정이었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고를 수 있었다.

 채광 환기 등의 이유로 대부분 남향집을 선호한다. 나의 집도 역시 남서향이다. 남서쪽에 얕은 산이 있고 북동쪽이 6m 도로에 면해 있다. 도로 방향으로 최대한 붙여서 집을 앉혔다. 남서쪽 공간을 조금이라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주택 살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연과 가까이 있고 싶었고 마당이 있는 집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도로가 남쪽인 땅이라면 집을 남향으로 짓게 될 경우 마당도 남쪽으로 만들게 된다. 집 전체에 빛이 잘 들게 하려면 앞마당의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집을 지었을 때 마당이 길에서 너무 오픈되어 있다는 데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옷 차림으로 마당 데크에 나가 햇빛을 쬐며 기지개를 켜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잠깐 생각에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 싶을 수 있지만 어디에서 봐도 다 들여다보는 마당은 실제 살아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된다. 

집 지을 땅을 보러 다니던 시절 봤던 곳. 이웃하고 있는 집이 내가 살 집 아래쪽에 위치해 있고 이렇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면?
프로젝터를 켜서 아이들에게 만화 영화를 보여주며 단란한 가족모임을 하는 중인데 그늘이 없고 너무 노출됨
마당에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그늘을 만들기 위해 파라솔을 설치한다면 잔디를 희생시켜야 함 

  조금이라도 프라이빗한 마당을 원한다면 북쪽으로 뒷마당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북쪽으로 난 뒷마당은 집 그림자 때문에 햇빛이 안 들어 화초도 나무도 잔디도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 여름엔 그늘 때문에 시원할 수 있겠지만 겨울엔 눈이 잘 녹지 않을 것이다. 집을 짓고 이사해서 살고 있는 지금, 나의 집에 오는 지인들은 우리 집이 위치가 좋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남쪽 방향으로 층마다 테라스를 만들어서 어느 방향에서나 산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뿌듯한 순간이다. 땅을 계약한 때는 겨울이었다. 토지 계약 이후 나는 코엑스 킨텍스 쎄텍 등에서 건축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찾아다녔다. 새로 나온 건축자재도 보고 인테리어 콘셉트를 구상하기도 하고 건축사 부스에 가서 건축사님들과 상담도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땅을 보러 갔다. 어느 계절에 시간대 별로 산 그림자가 어디까지 내려오는지 관찰했다. 첨부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 땅은 얕은 산 옆의 땅이어서 1층에 그늘이 지는 시간이 많았다. 겨울엔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난 나무 사이로 빛이 많이 들어 해가 길게 내려오고 있었고, 여름엔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산과의 레벨(높이) 차이가 있어 1층에 방을 넣으면 어둡고 전망도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을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 필로티 주차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2층엔 거실과 주방을 넣고 3층은 나와 남편이 사용하는 공간, 4층은 아들이 사용하기 좋게 원룸으로 만드는 걸로 계획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1층 계단실 5평 2층 20평 3층 20평 4층 15평 정도로 가이드라인을 잡았다. 남쪽의 산 방향으로 층마다 테라스를 넓게 넣는다는 계획을 가장 중요한 콘셉트로 잡고 설계를 구체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는 이렇게 1,2,3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과밀한 주택건축으로 인한 교통난과 주차공간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여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서 토지를 종류별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토지는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다.


제1종일반주거지역

용도지역의 주거지역 중 일반주거지역의 하나로, 저층주택을 중심으로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장관·특별시장·광역시장이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제1종일반주거지역의 건폐율은 60% 이하이며 용적률은 100% 이상 200% 이하이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 공동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노유자시설의 설립이 가능하며 관할구역의 면적 및 인구규모,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의 조례로 할 수 있다. 주거지역은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구분되며 일반주거지역은 제1종일반주거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구분된다. 근거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제2종일반주거지역

용도지역의 주거지역 중 일반주거지역의 하나로, 중층주택을 중심으로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특별시장·광역시장이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건폐율은 60% 이하이며 용적률은 150% 이상 250% 이하이다. 18층 이하의 단독주택, 공동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시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노유자시설의 설립이 가능하며 관할구역의 면적 및 인구규모,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

용도지역의 주거지역 중 일반주거지역의 하나로, 중·고층주택을 중심으로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특별시장·광역시장이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건폐율은 50% 이하이며 용적률은 200% 이상 300% 이하이다. 단독주택, 공동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시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노유자시설의 설립이 가능하며 이 범위 안에서 관할구역의 면적 및 인구규모,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 발췌

 맘에 드는 땅을 발견했다면 토지이용계획을 알 수 있는 토지 e음 사이트에서 주소를 입력하고 토지의 용도를 확인해야 한다. 공시지가도 알 수 있고 토지의 용도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시청이나 구청의 담당 부서 전화번호도 기재되어 있으니 세부적인 사항은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중개인의 설명만을 듣고 급한 마음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나도 경험한 일이지만 토지 중개인은 “오늘 오후에 이 땅이 계약이 될 것 같아요. 아주 맘에 들어하시는 분이 오후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먼저 사인하는 사람이 임자겠지요? 꼭 이 땅을 사고 싶으시면 얼마라도 비용을 걸어 놓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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