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사서 집을 짓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고도 많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가 잘 지어 놓은 집을 사서 내 취향대로 약간 손을 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구입하려면 꼼꼼하게 챙겨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아름다운 정원과 탁 트인 시원한 풍경, 진입로와 내부 인테리어 등 눈에 보이는 모습만 보고 집을 계약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지어진 집을 사기로 했다면 집을 보러 다니면서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일단 난방의 방법이 무엇이냐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해서 살면서 발생하는 비용의 문제이므로 각각의 난방법과 관리법 장단점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 전원주택에서 많이 사용하는 난방법은 LPG 도시가스 지열보일러 기름보일러 태양광 난방 정도가 있다.
태양광 난방의 가장 큰 장점은 무한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있다. 언제든 재생할 수 있으며 완전히 깨끗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석유 가격이나 전기료 등 별도의 난방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열의 단점은 일사량이 적은 날에는 충분한 열을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만큼 어느 정도 일사량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기온도 태양광 패널이 작동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일조량이 적은 한겨울이나 태양광 패널의 온도가 너무 높게 오르는 한여름에는 열효율이 떨어진다. 최근 주목하는 신재생 에너지인 지열로 열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해 놓은 전원주택들도 있다. 지열보일러는 국가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45평 기준 1000만 원 중반대의 큰 설치 비용이 든다. 45평 정도의 주택에서 지열난방을 했을 때 겨울철 난방비가 2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기름보일러는 유가의 변동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월 60만 원 이상의 높은 비용이 들어간다. 10년 이상된 전원주택에는 지금도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지역은 30만 원, LPG 가스는 도시가스보다 10% 정도가 더 들어서 33만 원 정도가 평균 비용이다. 물론 주택의 크기 노후 정도 단열재 창호의 두께에 따라 난방비는 차이가 많이 때문에 뭐라고 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단열에 별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대략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순서로 기름보일러> LPG > 도시가스 > 지열난방 > 태양광 이렇게 볼 수 있다. 난방비 고지서에 나오는 월비용이 이렇게 되는 것이고 보일러 시공하는 면에서는 지열보일러가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 수명은 10년 정도이며 보일러의 부피가 커서 약 1평 정도의 별도 보일러실이 필요하다. 도시가스보일러는 부피가 매우 작아서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도 수월하다. 작은 책꽂이 하나 놓을 공간이면 충분하다. 가스보일러의 장점은 다른 전기보일러나 기름보일러보다 높은 효율과 간단한 시공법에서 찾을 수 있다. 기름보일러는 석유 가격에 따라 난방비가 크게 좌우되지만, 가스보일러는 기름보다 안정적인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가스보일러도 마찬가지로 몇 가지 단점이 있다. 특히 가스누출과 배기가스 중독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일러실과 집안 곳곳에 가스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가스 난방이나 세대마다 보일러를 갖춘 집에서는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3층 세탁실에 있는 린나이 보일러. 도시가스 보일러는 작은 사이즈 덕분에 좁은 붙박이장 하나 설치하면 예쁘게 가려짐
4층 다용도실의 보일러와 2층 게스트룸의 보일러. 3층과 마찬가지로 좁은 붙박이장을 설치하여 겉에서 보면 보일러실인지 모름
상하수도가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부분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전원주택이나 농어촌에는 아직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지하에서 나오는 물을 누구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하수는 지자체에 신고 허가 절차를 거쳐서 개발해야 한다. 일단 여기서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전원주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하수 개발 문제보다는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다. 지하수는 수도료보다 사용료가 저렴하다. 여름에는 수돗물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수돗물만큼 차지 않아서 사용하기 좋다. 정원을 가꾸거나 텃밭을 일구면서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면 비용 부분에 있어서는 상수도보다 저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하수는 음용수의 경우 2년에 한 번, 생활수는 3년에 한 번 수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질검사에서 불합격되었을 경우 연수기, UV살균기 같은 별도의 필터 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한번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계속 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곳에 공사를 하는 곳이 있거나 하면 모래와 자갈이 섞인 흙탕물이 나오거나 녹물이 나올 수도 있다. 주변 가구의 사용량에 따라 수압이 약해지거나 단수가 되기도 한다. 물이 안 나와서 화장실 변기를 하루만이라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해 보자. 그 불편함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따라서 외진 곳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구입할 때 상수도가 들어오는 주택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오폐수직관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집을 지으려고 마음을 먹었을 당시 콘센트와 스위치도 구분 못하는 건축에 대해 정말 무지한 상태였다. 집을 지어가면서 매일 낮에는 공사장에서 사진 찍고 공사 과정을 지켜봤다. 밤에는 낮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관련 자료를 찾고 시공사 대표님에게 폭풍 질문을 하면서 지냈다. 시공사 대표님은 내가 매일 공사장에 나타나는 것을 불편해하셨다. 설계 미팅할 때만 해도 매일 나가겠다는 나의 말에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진짜 매일 나타날 줄은 모르셨던 것 같다. 오폐수직관이라는 것은 공공폐수처리시설로 오수를 바로 유입시켜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의 도시 주택에서는 도시가스관과 마찬가지로 오폐수관이 폐수처리시설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별도의 정화조가 필요 없다. 이와 반대로 오폐수관이 연결되어 있지 많은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개인 정화조를 설치해야 한다. 나는 정화조를 분뇨를 모아 놓는 거대한 탱크로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복잡했다. 정화조는 내부에서 분뇨를 생화학적 과정을 거쳐 슬러지 형태로 침전시키고 그 외의 오수만 하수도를 통해 배출하는 시설이다. 가라앉은 침적물은 혐기성 균의 작용으로 분해된다. 처리가 완료된 침적물인 슬러지가 너무 많이 쌓이면 정상적인 분해가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분뇨 수거차가 슬러지를 펌프질 해서 분뇨처리장으로 수거해 간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분뇨차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엔 학교 가는 이른 시각 분뇨차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났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옛날 집들은 화장실이 대부분 밖에 있었고 분뇨차는 화장실 분뇨를 긴 파이프를 이용해 수거해 갔다. 분뇨차 근처만 가도 나는 엄청난 냄새 때문에 코를 틀어막고 인상을 한껏 쓰면서 작업하는 아저씨들 옆을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분뇨차를 보기 힘들어졌는데 그 이유가 오폐수직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지방을 떠나 도시에 살게 되면서 분뇨차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도시가스 상하수도 오폐수직관 이 세 가지가 충족된 주택이라면 구입해도 좋겠다. 기름보일러 지하수 개별정화조 이런 상태라면 주택 구입을 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기름보일러인 집들은 2023년 도시가스관 상하수도 배관 인입 예정, 이렇게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예정일뿐이고 예정대로 설치가 된다고 해도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암반이 드러났다거나 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을 짓는 일이 부담스러워서 지어진 집을 구입한 건데 인입 시설 공사로 인해 다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LPG를 사용하고 있지만 도시가스가 곧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에 도시가스 배관을 미리 만들어 놓은 집, 그런 집을 선택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