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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상 Jan 18. 2019

스물 아홉 살,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내 이야기

나는 스물 아홉 살에 카페 사장이 되었다. 카페를 열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내가 모아둔 돈은 채 오백만원이 되지 않았다.


스물 일곱 살에 다니던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를 그만두었다. 막막하던 나에게 취업 전 일하던 카페 사장님이 손을 내밀어주셨다. 나는 그렇게 다시 카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생때부터 학교를 다니며 꾸준히 한 일이 카페 아르바이트였기에 일이 다시 손에 익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친정집에 온듯 일이 너무나 편하고 즐겁게 느껴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일하던 카페 사장님의 소개로 인연이 닿아 광장동 동네 골목에 위치한 5년정도 된 작은 커피숍에 풀타임 직원 제안을 받았다. 급여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시급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작은 카페에서 나는 사장님에게 계약조건으로 돈이나 휴가, 근무조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나를 점장이라고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다.


아마도 직장을 구해야 하는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자격지심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부를 때 그 이름이 적당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아르바이트도 없이 사장과 직원 단 둘이 있는 카페에서 점장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는 일이지만 나는 이 웃기는 요구를 꽤 진지하게 했고, 당시 사장님은 이를 받아들였다.


  , 나는  카페의 전년 대비  매출을 천만원 초과면서 내가 개발한 레시피와 손님응대 방식을 인정받아  많은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년 , 내가 일하던 광장동 골목의 작은 카페는 같은 이름의 카페를 서울에 3 열었고 풀타임 직원 4명과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6-9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나는  4 카페의 총괄 점장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나에게 커피와 손님응대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게 만들고, 스펀지처럼 급속도로 커피에 대한 지식을 흡수하게 만든 시기였다. 하루 열시간을 일하고 별다른 추가수당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새벽까지커피를 공부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전에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나 직원으로 일한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렇게 즐겁고 열심히였던 시기는 처음이었다. 아마도 내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던 중 카페 사장님의 개인 사정으로 카페들을 정리하게 되면서 사장님은 내게 송파구 오금동 아파트 지하 상가에 있는 카페를 인수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 곳은 유동인구가 적어서 커피 판매처라기 보다는 점장인 내가 로스팅 한 원두를 다른 3곳의 카페로 보내며 로스팅 공장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상한 자신감이 들었다. 안하는 것 보다는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2년이 넘도록 모으던 적금 전부를 해지하고도 내가 모은 돈은 500만원 남짓이 전부였다. 당시 바리스타들이 받던 월급이란 볼품없었다. 받아야 할 퇴직금을 정산하고 은행에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았다. 부족한 돈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조금씩 보태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막연하고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거라는.


2017년 5월. 그렇게 나는 스물 아홉 살에 커피숍 사장이 되었다.


20대의 내가 생각하는 30대의 나는 글을 써서 대중에게 보이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다. 스무살의 나는 방송작가를 준비했고, 관련 과를 졸업해서 일정기간 방송작가로 일하기도 했다. 방송작가를 그만두고는 영화 홍보마케터로 일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서 워크숍을 듣기도 하고 백장이 넘는 이력서를 쓰기도했다. 그리고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에서 수 많은 영화기사를 쓰며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카페 사장이 되어있다. 스무살 초반의 내가 그리던 서른살의 나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후회는 없다. 모든 경험은 해보지 않았을 때 후회하는거라는 사실을 배우는 20대의 시기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30대가 되었다.


선택은 결국 또 다른 기회로 연결 될 수 있다. 방송작가를 포기하고, 영화 홍보마케터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나는 깊은 죄절과 패배감을 느껴야했다. '이 정도로 포기하는 사람'이라는 자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너만 힘드냐. 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거야. 유난 떨지마.”라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포기의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커피를 공부할 수도, 스물 아홉의 나이에 카페 사장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싶다. 젊은 나이에 카페를 운영하며 느끼는 즐거움과 어려움, 기쁨과 성취감. 그리고 좌절감까지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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