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상 Jan 18. 2019

커피 삼촌

다섯 살 지우 이야기

‘짤랑’


오후 네시 반 정도면 가게 유리문을 열고 다섯살 꼬맹이가 들어온다. 눈동자가 유독 크고 까만 아이의 손에는 늘 막대사탕이나 젤리 봉투가 들려있다. 손은 온통 끈적하게 단것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지우에게 그런건 상관없다.


지우는 기분 좋은 날에는 사탕을 물어 새는 발음으로 “커피 삼춘 모해여?” 하고 물으며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한테 혼나거나 유치원에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던 날에는 그저 카페에 들어와 구석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보거나, 잡지를 꺼내서 다른 언니들 하듯이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


다섯 살 지우는 유일하게 우리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아니면서도 자유롭게 주방에 들어오는 아이다. 이것 저것 커피 재료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궁금한게 많아 하나하나 묻기도 한다. 바쁜 날에는 눈치껏 주방 한 구석 높은 의자에 사다리 오르듯 올라가 앉아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십분이나 이십분 이상 물끄러미 보다가 들으라는 듯이 "아 이제 지우는 가야겠다." 하며 슬쩍 일어난다.


한가한 날에는 둘이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작은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잔에 사이다를 담아 블루베리나 레몬을 넣어서 내어주면 “캬~”소리를 내면서 마신다. 음료수를 마시면서도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는 연신 주변을 훓는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음료수를 마시면서 하나하나 눈에 스캔하고 음료수를 다 마시고 일어나서 꼭 직접 만져본다. 그리고 제 생각하기에 만족스러우면 자리를 일어나서 “커피 삼촌 안녕~” 하고 떠난다.


그렇게 돌아서는 지우는 마지막에 꼭 한 번 슥 고개를 돌려서 나를 한 번 보고 손을 흔들어준다.

아, 이런 지우를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우가 다녀간 날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은 주방에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붙여놓고 갔다.


가끔 지우가 정말 기분 좋은 날에는 아끼는 강아지 스티커를 가게 한 벽에 붙여주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물 아홉 살,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