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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상 Jan 18. 2019

콜롬비아 수프리모 있수?

콜롬비아 할아버지

가게를 열고 처음 맞는 겨울, 눈이 내리고 난 뒤라 바닥은 미끄럽고 초저녁 부터 사람들은 다니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손님 없는 가게를 가득 채우는 히터 온기에 나른해질 즈음, 키가 180센티미터는 되어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두꺼운 코트 위로 한기를 얹고 가게로 들어오셨다.

유명한 뉴스 진행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상의 할아버지는 안경 너머 조금은 깐깐해보이는 표정으로 주변을 훑어보다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있수?”


원두 진열장을 보니 마침 로스팅한 콜롬비아 수프리모가 똑 떨어진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지금 콜롬비아는 다 떨어졌네요. 혹시 브라질이나 과테말라는 어떠세요?”


할아버지는 잠시 망설이시더니 다시 단호하게


“콜롬비아가 필요한데.” 


하고 말씀하셨다.


“그럼 두 시간 뒤에 다시 오시겠어요? 제가 바로 로스팅해서 준비해두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할아버지는 그럼 이백그램을 준비해달라고 말씀하시고 다시 유리문을 열고 성큼 나가셨다. 거의 정확하게 2시간이 지나자 할아버지는 다시 가게로 들어오셨다.


“원두 준비했습니다. 혹시 갈아드릴까요?”


할아버지는 집에 커피 그라인더가 있어서 직접 갈아마신다고 괜찮다 말씀 하시면서 지갑을 꺼내셨다. 추운 날 두 번째 걸음하시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종이봉투에 포장한 원두와 함께 쿠키를 넣어서 드렸다.


“이건 서비스에요. 커피랑 함께 드세요.”


할아버지는 봉투를 건네는 나를 슥 보시고 봉투를 건네 받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할멈이 콜롬비아를 좋아해. 다른 건 사서 줘도 안좋아하더라고. 고마워. 잘 먹을게”


할아버지가 카페를 떠나고도 고마워 잘 먹을게. 한마디가 괜히 따뜻하게 이어졌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신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시는 모습도 혼자 상상해봤다.


가게를 열고 이제 일년 반이 넘은 지금도 할아버지는 한 달에 한 두번은 가게를 들르신다. 그 때 마다 첫 마디는 항상 같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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