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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상 Jan 21. 2019

커피 원두 고르기

로스터리 카페를 여행하는 초보 여행자를 위한 원두 고르기 가이드.


“저는 잘 몰라요. 그냥 알아서 맛있는걸로 주세요.”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원두 커피를 즐기면서도 정작 원두를 사러 와서 바리스타에게 내 취향을 말하려니 뭔가 어색하고 괜스레 유난을 떠는 기분이 들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또, 막상 좋아하는 커피 취향이 있어도 입을 떼려니 뭐라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야흐로 개인 로스터리 카페의 시대다. 이제 어느 동네 어느 골목이나 하나쯤은 꼭 보일 만큼 카페가 많다. 그 만큼 우리가 커피를 구매하면서 더 이상 ‘아무거나 커피’에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아무거나 커피’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커피 원두를 구매할 때 알아야 할 게 무엇인지 몇가지를 짚어보자.

첫번째. 가격을 말하는걸 두려워하지 말자.

남사스럽게 무슨 가격이야. 하는 마음에 “그냥 알아서 좋은거 챙겨줘요.” 하고 말하는 손님들이 계신다. 그렇지만 오히려 바리스타 입장에서는 가격의 상한선을 혹은 하한선을 대략적으로 정해준다면 그 안에서 가장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애쓸 수 밖에 없다. 딱히 나쁜 마음을 가진 바리스타가 아니라면 맛 없는 커피를 추천할 바리스타는 어디에도 없다. 내 취향이 뭔지 모를 때는 차라리 가격을 말하자. 가장 가성비 좋은 커피를 추천받을 것이다.

두번째. 산미있는 커피? 그게 뭣이 중헌디.

“산미 있는 커피가 진짜 맛있는 커피야. 커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산미도 즐길 줄 알아야지!”

한 번 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어떤 맛이 좋은지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결국 내입에 맞는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니까.

세번째. 로스팅 날짜 확인! 2주를 넘겼다고? 글쎄.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도 유명 브랜드의 원두들이 놓여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동네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커피의 신선도 때문이다. 로스터마다 바리스타마다 개인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강배전 원두의 경우 로스팅 후 1주일 이내의 원두를, 중배전이나 약배전 원두의 경우는 로스팅 후 보름 이내의 원두를 사는걸 추천한다. 구매 후에 집에 두고 원두를 먹는 1~2주정도의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가장 좋은 상태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번째. 모르는 게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이 커피는 풀시티에서 배출했어요. 바디감이 단단하고 약간 몰트한 느낌도 있어요. 해발 1,700미터에서 올해 수확했고 마이크로랏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어느 카페에서 한번 쯤 들었을 법한 이 대사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대체 지금 바리스타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아리송하고 주눅들기도 한다.
우리는 바쁜 세상에 살고 있고, 나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커피까지 전문가처럼 알아야 할 필요도 또 이유도 없다. 그건 바리스타들이 알아두면 될 일이다. 하지만 모르는게 있으면 바리스타에게 꼭 물어보면 좋겠다. 그걸 알려드리는 것 역시 바리스타가 하는 일이니까.
풀시티가 뭔지, 해발고도가 왜 중요한지, 마이크로랏은 뭐고 스페셜티는 뭔지. 구매자는 절대 외우고 있을 필요도 없고, 몰라도 되지만 원두를 판매하는 바리스타라면 절대 그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바리스타에게는 자신이 로스팅한 원두를 설명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꼭! 모르는게 있으면 물어보자.


어느 카페의 바리스타나 자신의 커피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직접 로스팅을 하는 카페의 바리스타라면 더욱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다. 커피를 고를 때에는 바리스타를 적극 이용하자. 그리고 기억하자.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내 입맛이 맛는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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