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에 심즈까지, UGC엔 끝이 없다 | 소비자는 왜 #6
나는 솔로 16기의 화제성이 절정에 다다르던 9월 초, 인스타그램에는 특이한 콘텐츠가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앱 제페토를 활용, 나는 솔로 16기 출연자 중 영숙과 상철을 패러디한 콘텐츠가 그것이다. 계정 ‘얼굴경찰’은 제페토에서 직접 두 출연자의 실제 외형과 비슷하게 제페토 캐릭터들을 꾸민 후, 원작의 목소리와 결합하여 방송 중 있었던 하이라이트 장면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평소 심즈로 연예인 패러디 영상을 만들던 채널에서 영숙 상철 콘텐츠를 올렸다. 위의 제페토 채널과 제작 방식은 유사하나, 심즈를 활용한 2차 가공 콘텐츠에서는 나는 솔로의 오프닝 주제곡을 직접 리코더로 불어서 입히며 병맛적인 부분을 더욱 살렸다. 게다가 나는 솔로 제작진이 본편 중간 중간에 삽입하는 감성 한 터치 자막까지 충실하게 구현해내면서 패러디 콘텐츠로서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나는 솔로의 시청자들은 두 채널에 올라간 패러디 콘텐츠에 친구를 태그하고 댓글을 달거나, 재밌는 부분을 숏폼으로 또다시 재가공하고 퍼나르며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그 와중, 제페토를 활용한 채널에는 영숙과 상철이 직접 라이크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화답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이 영상들은 적게는 10만, 많게는 360만의 조회수를 각각 기록하고 있으며, 다른 계정과 플랫폼에서 퍼날라가며 확산된 조회수까지 합하면 전체적인 규모는 약 1000~2000만 정도로 예상된다.
수요일 주 1회 방영하는 본편을 감상하고 나면, 6일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옛날에는 옆사람과 “나는 솔로 봤어?”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2차 가공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직접 만들어내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변 친구 몇 명보다 훨씬 더 많은 SNS상의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나에게도 재밌었던 장면이 다른 사람에 의해 2차 가공 되는 것을 보았을 때 시청자들은 보다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며 본인의 생각과 비교대조 하는 것이다.
‘오타쿠’ 연구로 대중문화 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이러한 2차 창작에 대하여, “포스트모던 사회의 문화 현상은 작품이 아니라 ‘작품 소비자의 행위’를 시야에 넣을 때 비로소 전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는 솔로 16기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평론가나 학자가 있다면, 심즈와 제페토로 만들어진 패러디 콘텐츠, 그리고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