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유행은 틱톡에서 시작된다 | 소비자는 왜 #7
이제 유행은 틱톡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번 여름, 미국의 한 틱톡 크리에이터가 올린 냉동 김밥 영상을 필두로 미국 전역에서 K-김밥 붐이 일었다. 한국계 미국인 Sarah Ahn은 자신의 엄마에게 트레이더스 조의 냉동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자며 권유하고,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엄마는 한 입 먹고선 "먹을 만 하다며" 의외로 괜찮은 시식평을 남긴다. 이 짧은 영상을 필두로 미국은 트레이더스 조 냉동 김밥 붐이 일어 오랜 기간 품절 되었고, Sarah Ahn의 틱톡 영상은 1300만 뷰를 기록했으며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앞다투어 냉동 김밥 시식기를 올렸다. 그 결과, #kimbap은 현재 틱톡 내에서 6.5억 뷰를 기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K-김밥 열풍이 비교적 잠잠했는데, 이는 틱톡이 한국에서 다른 나라 만큼 주목도가 높은 플랫폼은 아닌 점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틱톡 불모지라 일컬을 수 있는 한국에서도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된 유행이 하나 있다. 바로 슬릭백 챌린지가 그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10월 중순에 갑자기 시작된 슬릭백 챌린지는 현재 틱톡에서 2.6억 뷰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당 음원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15만 개가 넘는다. 이 챌린지는 고등학생 한 명이 슬릭백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마치 공중부양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동작이 재밌고 신기해서 그의 영상을 필두로 시작되었다.
슬릭백 챌린지가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그것이 미국 틱톡에서 시작해서 다름 아닌 한국 틱톡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9월말 미국의 Smoovestevo라는 틱톡 크리에이터가 Juby Slide라는 이 동작을 평소와 같은 바닥이 아니라 모래사장 등에서 하면서 영상이 퍼졌고. 그것을 본 한국의 고등학생이 '한국 원탑'이라며 자신의 틱톡 계정에 처음으로 영상을 올렸다. 그것이 올라가자마자 대박이 나서 며칠 만에 1.6억 뷰를 기록, 한국에서 슬릭백 챌린지로 이름을 바꾸어 본격적으로 퍼지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틱톡에서 화제된 콘텐츠가 막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퍼지는 현상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소위 '틱톡 감성'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슬릭백 챌린지의 경우 미국 틱톡을 본 한국 크리에이터가 다름 아닌 한국 틱톡 계정에 처음으로 영상을 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틱톡을 기점으로 유행이 타 플랫폼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한다. 현재 Juby Slide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Korea 가 자동으로 붙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식하는 유행이 되어버렸다.
챌린지가 시작된지 일주일 정도 지난 현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역시 해당 영상들로 범람하고 있다. 특히 남자 아이돌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인스타그램의 영상 개수가 틱톡의 반도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유튜브는 릴스의 반 이하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음원 데이터 트래킹 기준) 10대들 사이에서 주로 유행하는 챌린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타플랫폼 대비 틱톡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다시금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이상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행은 이제 틱톡에서 시작된다.
릴스와 유튜브 쇼츠 음원. 각각 4.8만개, 2.7만개의 영상이 발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