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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Jan 31. 2023

난리 난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

왜 대중들은 마지막화에 그토록 분노했을까

시청률 지표가 무의미한 시대라지만, <재벌집 막내아들> 16화는 JTBC에게 26.9%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안겨줬다. <부부의 세계> 28.4% 이후 JTBC 사상 2번째로 높은 회차당 시청률을 뽐냈을 만큼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국 사회에 큰 화제성을 몰고 왔다. 그러나 26.9% 시청률을 토해내던 바로 당일, 복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끝난 아쉬움이 아니라, 바라던 결말이 나오지 않은 분노와 실망이었다. 원작 웹소설의 결말을 뒤집은 드라마 작가와 제작진은 최악의 실패작으로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았다.


11만명이 참여한 네이버 폴 투표에서는 2/3가 결말에 불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높은 시청률을 구가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이 그토록 대중의 미움을 산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대략 아래의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아래 소제목의 따옴표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짜깁기하여 한 줄로 정리해본 것이다. 



“진도준이 순양의 회장 자리에 올라가길 바랐다.

서민영이랑 결혼하고 끝나길 바랐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삼성가를 연상케 하는 재벌가 순양그룹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빙의한 주인공은 마지막 화에서 순양그룹의 흙수저 비서 윤현우로 돌아온다. 권력 승계 투쟁을 통해 순양의 회장으로서 입지를 한 걸음씩 다지던 진도준으로서의 삶은, 윤현우가 사고로 의식을 잃은 열흘 간의 꿈 혹은 판타지였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결국 국밥집 첫째 아들로 돌아오는 이 결말이 시청자들을 뒤집어 놓았다. 이어 윤현우는 빙의했던 기억을 토대로 청문회에서 순양그룹의 비리와 범죄를 폭로하고, 순양가가 기업을 사회에 환원하며 드라마는 끝이 난다. 재벌에 대한 권선징악 결말 역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분노를 안겼다. 



“재벌집에 태어나고 싶은 꿈, 비트코인 살 걸 그랬다는 꿈.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 두가지 꿈이 결합된 직장인의 포르노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은 이른바 회빙환이라는 장르의 웹소설이다. 회귀, 빙의, 환생으로 엮인 이 장르는 플롯상 2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실패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회귀나 빙의, 환생하며, 주인공은 결말까지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은 회빙환이라는 초현실적 장치를 통해 현재의 본인보다 재력, 외모, 사회적 환경에서 더 나은 타인으로 변신하여 성공한 새 삶을 누리는 주인공에 몰입하며, 원래의 자신과 연결고리를 끊는 것에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러한 정서적 약속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깨버리고,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끼고 있던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시 현실로 추락하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한 것이 바로 그들을 등 돌리게한 결정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로 바꿔버릴 거면 원작은 왜 가져다 쓰나. 

유리천장, 재벌타파 메시지는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계몽질이다.” 

주인공이 빙의한 대상인 재벌 - 사람들은 이 권력집단에 무의식적 선망과 동경을 느낀다. 회빙환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주인공이 빙의하는 대상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우월하고 특별한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게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웹소설 및 드라마에서는 한국의 재벌 가문이었고, 그중에서도 재벌 순위 1위인 삼성가와 똑 닮은 순양가였다. 이병철과 이름 뒷자리가 유사한 진양철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몰입을 넘어 찐한 애정을 느꼈던 것은 물론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의 탁월함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러 재벌 중에서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권선징악의 대상으로 전락해 권력을 몰수당했을 때 시청자들은 한순간에 큰 감정의 낙차를 경험했고, 이것이 바로 제작진의 계몽적인 선민의식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 관련 기사글 더보기 :

https://www.mk.co.kr/news/culture/10581748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73151.html

https://munhwa.com/news/view.html?no=20221226MW083129768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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