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전사고'에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캐나다
2년 전, 학교 행정실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저를 순식간에 '대기열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캐나다 응급실로 소환했습니다. 아이가 복도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던 거대한 상업용 선풍기에 무릎을 찍혀서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었죠. 학교 휠체어에 앉아 축 처진 아이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아이 말로는 "뛰다가 못 봤어요"라는데, 저도 일단 '안전 불감증'의 싹을 틔운 아이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죠.
문제는 그 후였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무려 6시간 반! 캐나다 의료 시스템의 위엄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고, 아이는 상처 부위를 꽤 여러 바늘 꿰매야 했습니다. 긴긴 대기 시간 동안, 저는 행정실 담당자에게 사고 현장의 선풍기 사진을 요청했죠. 아이가 부딪쳤다는 '뾰족한 부품'이 있는 뒷면을 말입니다. 그런데 정면 사진만 덜렁 보내주시더군요. "뒷면, 뒷면 사진이 필요해요!"라고 다시 요청하니... 그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이후 문제의 선풍기는 유령처럼 복도에서 사라졌죠.
학생 이동이 많은 복도에 그렇게 큰 선풍기를 놓아둔 것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사고의 진실'이 담긴 선풍기 뒷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찜찜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무릎 상처 때문에 한 주를 통째로 쉬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감감무소식.
일주일이 지나서야 "얘, 괜찮니?"라는 담임 선생님의 간단한 메일 한 통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그래도... 뭐, 그나마 연락이 왔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5학년이 된 아이가 학교에서 동생들과도 꽤 잘 어울리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두 살 어린 남자아이가 갑자기 달려와 아들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지 뭡니까. 사연인즉, 우리 아이가 그 남자아이에게 "너 여자같이 생겼다"라고 놀렸고, 기분이 상한 남자아이가 재킷 소매로 덮은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퍽' 친 겁니다. 일단 아이에게는 "남이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아주 단단히 일러줬습니다.
그다음엔 담임선생님께 두 아이를 불러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고, 친구 관계 회복을 위한 지도(올바른 언어사용과 물리적 행동 자제)를 정중하게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죠. 며칠 후, 담임 선생님께 "두 아이를 불러서 지도하겠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휴, 이제 해결되겠군' 안심했죠.
하지만 우리 아이의 대답은 일주일 내내 "아니요, 담임 선생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였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인내심이 바닥난 저는 다시 담임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고, 돌아온 답변은 더 황당했습니다.
"제가 요즘 너무너무 바빠서 아직 그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요."
세상에! 학생 간 폭력 사건에 대한 조치가 '바쁜 일정' 때문에 일주일 넘게 밀리고 있다니! 한국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캐나다 선생님의 '나만을 위한 시간 관리' 정신은 존경하지만, 학폭문제까지 미루는 '여유'는... 제 상식 밖이었습니다.
5학년 졸업 소풍 겸 체험학습을 간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망치로 나무를 내려 찍는 활동을 하게 되었죠. 문제는 조심성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없는 우리 아이가 실수로 자기 손등을 망치로 내려찍은 겁니다. (아이고! 맙소사!) 손에 붕대를 감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보니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히 뼈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집에서 찜질과 '엄마표 민간요법'으로 무사히 회복했죠.
자, 여기서 또 한 번 캐나다식 '쿨 대처법'을 경험했습니다. 야외 체험학습 중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담임 선생님도, 학교도 그 누구도 저에게 연락 한 통 없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물어봐서야 사고 경위를 알게 된 거죠.
물론 우리 아이는 이 두 담임 선생님을 '인생 선생님'처럼 좋아합니다. 선생님의 다른 면모는 분명 훌륭할 겁니다. 하지만 이 일련의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학생의 안전사고에 대한 학교와 담임 선생님의 대처 방식은 정말이지 '극도의 무관심' 또는 '초월적인 방관'처럼 느껴졌습니다. 학교안전사고에 있어 신속하고 소통에 적극적인 한국의 학교 시스템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매번 사건을 겪을 때마다 '이게 바로 캐나다식 공교육이구나' 하고 고개를 젓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아이 학교생활, 참 다이내믹하죠? 안전사고 대처마저 이렇게 ‘느긋하고 여유로운’ 캐나다 공교육을 보면, 교사인 제 입장에서도 고개가 갸웃해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은 학생 안전사고나 생활지도와 관련해 너무 신속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받다 보니, 그만큼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이곳은 너무 조용하고 느긋한 대응이 오히려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남기곤 하죠.
두 극단을 오가며 보니, 학부모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어느 지점이 적정선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