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캐나다 영재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다름’의 의미

캐나다의 창의융합적 영재교육

by Mr 언터처블

한국 중고등학교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저에게 캐나다 교육 현장은 매 순간 신선한 관찰 대상입니다. 특히 ‘영재교육’이라는, 어쩌면 가장 예민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교육 영역에서 발견한 캐나다의 방식은 한국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이 임박했을 무렵, 지역 교육청 영재교육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부모를 위한 줌 미팅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캐나다에서도 영재 선발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는 막연히 들었지만, 졸업을 목전에 두고 이런 연락을 받으니 기쁨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평소 둘째에게서 ‘영재’라는 단어를 떠올려본 적은 거의 없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줌 미팅에서는 전반적인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졌습니다. 일단 지역 교육청 내 세 곳의 중학교에서 영재학급을 운영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급들은 이미 훨씬 이전에 영재로 선정된 아이들의 신청이 마감된 상태였고, 결원이 생길 때만 연락을 주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학교 내에서 다양한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특화된 일과가 운영되는 모습이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저희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중학교 영재학급에 선정되지 못한 아이들은 지역 교육청 산하 초등학교 건물을 빌려 ‘Challenge Center’라는 이름으로 두 달 정도 매주 화요일마다 오전/오후로 나누어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배달된 안내장을 살펴보니 프로그램 구성이 참으로 이색적이었습니다.


물리학을 활용한 롤러코스터 디자인,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동산 설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화성 이주 프로젝트, 국가 및 도시 계획 프로젝트, 미니 골프 코스 설계, 그리고 자유 조각 등, 교과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 기반의 수업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참여할 수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한국의 영재교육과 캐나다 영재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을 발견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한국의 영재교육은 보통 분과(分科)의 심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영어영재교육원, 수학영재교육원, 과학영재교육원처럼 특정 재능에 따라 아이들을 세분화하고 맞춤화된 전문 교육을 제공합니다. 이는 ‘특정 재능의 조기 발굴과 심층 개발’이라는 목표에 충실한 방식입니다.


반면, 캐나다는 둘째 아이의 사례에서 보듯, 영재교육대상자에 일단 선정되면 그들의 재능이 수학, 과학, 언어, 예술 등 다양할지라도 ‘챌린지 센터’처럼 다 같이 모여 공통의 과업을 수행하게 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분명히 이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영재성을 가지고 있을 터인데, 이들을 한데 모아 '롤러코스터 디자인'이나 '화성 이주 프로젝트' 같은 통합적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저는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1. 다양한 영재성을 구분하고 세분화하여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일까?


2. 아니면 영재성은 한쪽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므로, 서로의 재능을 보고 배우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통합적 접근이 더 효과적일까?


3. 이러한 통합 교육 방식이 혹시 예산이나 교사 부족과 같은 행정적 제약 때문일까?


4. 아니면 오랜 교육적 성찰과 연구 끝에 도달한, 융합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캐나다만의 교육 철학의 결과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당장 얻을 수는 없지만, 캐나다 영재교육의 흐름은 ‘특정 분야의 깊은 우물 파기’보다는 ‘다양한 재능이 섞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의적 융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영재의 재능을 통합적 프로젝트 속에서 폭넓게 탐색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확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설계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캐나다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기록은 지역 교육청에 계속 남아 있다면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지속적으로 기록된다고 합니다.


이 긴 여정의 출발점에서, 영재라고는 도저히 생각지 못했던 둘째 아이가 조금 더 뛰어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재미난 경험을 쌓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다름’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 교단에서 늘 ‘정해진 답’과 ‘정해진 경로’에 익숙했던 저에게, 캐나다의 낯선 영재교육 방식은 ‘교육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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