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나

까마귀에 대한 미신

by Mr 언터처블

캐나다에서의 일상은 종종 예측 불가능한 야생과의 만남으로 가득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건 단연 까마귀입니다.


이 녀석들, 정말 무슨 조폭이라도 되는 양 덩치가 어마어마합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이 거대한 검은 새를 봤을 땐, '와, 까마귀가 저렇게 클 수가 있구나!' 하고 감탄 반, 경계심 반이었죠.


사실, 저는 이 까마귀 떼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이들이 동네를 접수하기 전까진, 아침마다 밖에서 들려오던 작은 새들의 맑고 고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조용합니다. 이 검은 덩치들이 우리 집 주변을 완전히 점령한 후로는, 작은 새들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엔 까마귀들의 요란하고 위협적인 울음소리만 가득합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예전에 캐나다 친구들과 마당에서 바비큐를 할 때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마당 한가운데에 까마귀 한 마리가 뚝! 하고 떨어져 죽은 겁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까마귀가 하늘 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장례식이라도 치르는 듯, 슬프면서도 섬뜩한 절규를 쏟아내더군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죽은 까마귀를 치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캐나다 친구들,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겁니다. 제가 삽을 들고 죽은 까마귀 가까이에 다가가려고 하자, 까마귀 떼는 더 큰 소리로 '크아악! 크아악!' 하고 절규하며 저공비행으로 저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야, 너희 왜 이렇게 무서워해? 그냥 죽은 새잖아."


친구의 대답은 저를 완전히 기함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심해야 해. 까마귀는 사람 얼굴을 기억해. 지금 네가 저걸 치우면, 까마귀들이 네 얼굴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너나 네 가족에게 복수할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듣도 보도 못한 미신인지! 속으로 '무슨 헛소리야?' 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진심이었습니다.


결국, 한국인의 '내가 총대 메고 해결한다' 정신으로 제가 삽으로 조심스럽게 떠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까마귀 떼의 마지막 절규를 들으면서요.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찜찜했습니다. 설마,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어제, 오후 한가로운 시간에 잠시 차에 앉아있는데 그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까마귀 두 마리가 제 차 지붕 위에서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겁니다. 마치 "어이, 너 여기서 뭐 해? 이 구역은 우리 구역이야!"라고 시비를 거는 듯했습니다.


저는 차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연신 그 녀석들을 쫓아냈습니다. '가! 저리 가!' 하면서요. 쫓아내면 잠시 날아갔다가도 다시 와서 지붕 위를 걷습니다. 또 쫓아내고, 또 오고... 이 끈질김이라니!


결국 잠시 볼일이 있어 자리를 비우고 돌아왔는데, 제 차 지붕과 앞 유리창에 똥테러가 엄청나게 되어 있는 겁니다. 아주 물총을 쏜 것처럼 세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이게 단순한 새의 배설물일까요, 아니면... 그녀석들의 복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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