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를 방문할 때 사람들은 보통 메스트레역이나 본섬에 숙소를 잡고 여행한다. 그런데 나는 왠지 남들이 하는 방법으로 베니스를 여행하고 싶지 않았다. 자동차 여행 특성상 베니스는 차를 가지고 갈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메스트레역에 주차해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본섬 초입에 주차를 하고 관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메스트레역에 주차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헉 소리 나는 주차비를 감내하고 본섬에 차를 주차하는 것도 마뜩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베니스 전체를 좀 더 넓게 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베니스 서쪽 편에 기다랗게 뻗은 반도 하나가 보였다. 처음 접해본 곳이었지만 이곳에서도 베니스를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나의 특별한 베니스 여행은 시작되었다.
공부를 좀 하다 보니 이곳이 Lido di Jesolo 반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주로 유럽인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오는 곳으로 동양인들은 거의 방문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니스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부라노 섬하고도 가깝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차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는 곳이라 마뜩지 않았던 두 가지 사유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이동 거리가 좀 더 멀어진다는 점이다. 한 시간가량을 더 가로질러 가야 하니 이곳에서 바로 동유럽으로 간다면 모를까 다음 일정이 스위스였던 나는 왕복 2시간을 더 손해 보아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이곳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다시 베니스에 가서 메스트레역지역에서 머물러 보기도 했지만 가장 좋았던 베니스 여행은 단연코 Lido di Jesolo 반도에서 머문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4성급 캠핑장이 즐비한 곳으로도 유명한데 캠핑장의 규모가 웬만한 대형 리조트 못지않은 시설들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한 번도 캠핑장을 이용해보지 않은 터라 캠핑장도 체험할 겸 4성급 캠핑장의 방갈로를 빌리기로 하였다. 캠핑장은 듣던 대로 크고 넓으며 시설도 좋았다. 생각보다 방갈로가 협소한 편이라 다소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곳 캠핑장에서 베니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Punto Sabona 항구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가는 길이 직선도로만 따라서 직진만 하면 되니 이보다 더 쉬운 것이 없다. 항구 앞에는 1일 5유로(자금은 많이 올랐을 것이다.) 종일 주차할 수 있는 안전한 주차장이 있고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로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 앞이다.
베니스 관광을 마치고 되돌아와서는 바로 차를 몰고 캠핑장으로 돌아오면 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수많은 대형마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장을 보고 캠핑장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유럽피안들이 즐기는 베니스 여행을 체험할 수 있었다.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 가끔씩 베니스의 풍경보다 이곳이 더 그립고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캠핑장을 가기 전 들렸던 청과상의 신선한 야채와 채소들 그리고 인심 좋던 주인아저씨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던 캠핑장
동양인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흘깃흘깃 신기하게 쳐다보던 옆 방갈로의 가족들.
이런 기억의 편린들은 베니스의 색다른 풍경과 어우러져 여전히 내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유럽을 간다면 누구나 한번은 가보게 될 베니스. 너무나 유명한 곳이라 가보지 않아도 이미 식상해버린곳이지만 나름의 풍경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