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은 맥주의 도시이다. 매년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라는 맥주축제가 열리고 #3대 맥주집이라고 불리는 양조장들이 있다. 그 밖에도 수많은 비어 하우스가 뮌헨을 언제나 흥겹게 한다. 나는 3대 맥주집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어서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았다.
#프라우엔(Frauenkirche) 교회 앞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시원함을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특하게 배열된 돌계단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이 연못 바로 앞에 #Augustiner Klosterwirt라는 맥주집이 있다. 뮌헨에 있는 수많은 아우그스티너 맥주집중 하나인데 실내는 약 400석 규모로 아주 큰 편은 아니다.
이곳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연못을 보면서 다소 여유 있게 맥주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무더운 여름날 이곳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는 유명하다는 3대 맥주집에 전혀 손색이 없다. 평소 소란스럽고 사람 많은 곳을 질색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저녁 식사를 찾은 그날은 야외 테이블에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안쪽에 조용한 자리 하나가 있었는데 혼술족 한 사람이 자리를 잡는다. 마땅한 자리가 비워지기를 잠시 기다렸으나 금세 자리가 날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할아버지 한 분이 혼술하고 있는 테이블에 합석 비슷하게 자리를 잡았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는 우리가 자리에 앉으니 반가워하는 눈치다. 낯선 동양인 부부에게 먼저 말은 걸지 못하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꾸만 시선을 준다. 메뉴를 고르는 중에도 무언가 참견하고 싶은 눈치가 가득이다.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맥주가 먼저 나왔다. 맥주를 들고 할아버지에게 건배를 같이 청했더니 반갑게 건배를 받아주신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서투른 대화가 시작되었다.
사실 우리는 영어가 능숙한 편이 아니다. 생존 영어 수준의 실력으로 유럽을 다니다 보니 이렇게 현지인들과의 대화 자리가 있으면 많이 아쉽다. 대화를 하는 것에 주저함은 없지만 조금 말이 길어지면 짧은 영어 탓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쉬울 때가 많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요한이고 아내와는 사별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이 맥주집에 저녁 6시경에 와서 매일 맥주 한 잔을 마시고 간다고 한다. 본인이 앉아 있는 테이블도 자신의 지정석이라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온다고 하길래 나는 그에게 칸트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였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나서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칸트처럼 이 할아버지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이 맥주집을 찾으니 제법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정작 칸트를 모른다. 할아버지에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맥주집에 오시는 것이 마치 칸트와 같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를 못 알아들으신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칸트를 검색해서 보여주고 이 사람의 일화를 대충 설명해주었는데 칸트를 모른다고 한다.
독일 사람이 칸트를 모른다니? 순간 당황스럽다. 칸트 정도의 위인이면 독일 사람은 대부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칸트를 모르는 할아버지가 좀 특이한 것일까?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한 후 할아버지가 이제 갈 시간이라며 자리를 뜬다. 우리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날 할아버지는 맥주 2잔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쉬운 작별을 고한 후 기분 좋게 흥이 난 그 노신사는 느린 걸음으로 연못을 가로질러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다음에 뮌헨에 오게 되면 같은 시각에 이 맥주집에 오면 할아버지를 볼 수 있냐고 물었었다. 자신은 항상 같은 시간에 이 자리에 있으니 언제든 오라고 한다. 내가 언제 뮌헨에 다시 갈지는 알 수 없다. 할아버지의 연세로 보아 그가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 맥주를 마실지는 알 수 없다. 다음에 뮌헨에 가면 난 또다시 그 맥주집을 찾을 것이고 요한 할아버지와의 재회를 기다릴 것이다.
그가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몇 년 뒤에 만나더라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기를 바래본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맥주 축제이다. 1810년에 시작되어 매년 9월 15일 이후에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18일간 계속된다. 매년 평균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뮌헨을 방문한다고 한다. 축제 기간에 판매되는 맥주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을 높인(5.8~6.3퍼센트) 특별한 맥주이다. 축제 기간 동안 평균 700만 잔의 맥주가 판매된다.
올해는 9월 21일(토)부터 10월 6일(일)까지이다.
공식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흔히 뮌헨의 3대 맥주집이라고하면 호프브로이 하우스(hofbraeuhaus),아우구스티너 켈러(Augustiner Keller),뢰벤브로이켈러(lowenbrau keller)를 꼽는다. 대형 양조회사들이기 한 이 맥주집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홀을 가득 메우고 맥주와 음식을 즐긴다. 옥토버 페스트 기간에 정점을 찍는다.
뮌헨 시내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성당. 16세기에 후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탑이 있으면 탑 꼭대기에 푸른색의 동그란 지붕이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두 개의 탑 중 남쪽 탑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를 타고 올라가면 뮌헨의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는 현재 공사 중이라 이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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