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하고 입국 수속을 받기 위해 100명은 족히 될 법한 긴 줄에 섰다. 비행기 맨 안쪽에 탔던 바람에 가장 늦게 내려 입국 수속도 가장 꼴찌였다.
내 앞에는 친구 사이인듯한 30대 부부 세 쌍이 아이들을 데리고 줄에 서 있었다. 모두 비슷한 나이에 결혼을 했는지 아이들도 7살 전후로 같은 또래였다. ‘아빠 어디가’ 같은 예능프로그램 이후 친구 가족끼리의 여행이 유행한 게 아닐까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은 긴 줄이 지루한지 애들답게 저만치 떨어져서 자기들끼리 놀았다.
기다리며 구마모토에 대해 알아봤다.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에서 최대한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구글맵스 어플로 구마모토 가는 길을 확인해보니 나가사키역에서 구마모토역까지 규슈 신칸센을 타면 2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편도가 7580엔이라 왕복이면 15만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내일 구마모토 갈지 말지 모르겠다. 거의 가는데만 세시간 걸린다는데?”
휴가중인 친구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다.
“은근 멀어서ㅋㅋ 사쿠라지마라고 활화산도 있는데, 그거 구경하는 코스도 있을 걸.”
“구마모토성 땡기긴 한데 그거 보자고 왕복 6시간이라니.”
내가 못 정하고 있자 친구는 “그럼 온천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임”이라고 추천했다.
나가사키를 놔두고 계속 다른 어딜 가야하나 고민한 것은 나가사키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작은 도시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책이나 블로그를 보니 관광 할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다. 2박3일 일정에 나가사키만 보긴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오늘 나가사키 시내를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가사키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에 탔다. 나가사키 공항에서는 공항버스가 시내로 가기 가장 저렴하고 교통수단이다. 책에는 일본 최초의 인공섬 공항이라고 설명이 돼 있었다.
왕복 티켓을 끊고 정차돼 있는 버스에 올랐는데, 티켓을 지금 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기사는 자리에 없었다. 인상 좋은 50대 아주머니께서 뭐라고 알려 주셨지만, 그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버스 앞쪽에서 머뭇거렸다. 한 한국 아주머니께서 “내릴 때 내면 되요”라고 알려주신 후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일본 교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맥도날드도 생활용품점도 깔끔한 단독 건물로 듬성듬성 서 있었다.
20대 초반에 봤던 일본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가 떠올랐다. 꽃미남 배우로 유명한 에이타가 부탄 유학생 역할을 맡았는데, 청춘들의 방황을 그린 영화로 기억한다.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봤던 도시 외곽의 이미지는 다시 떠올랐다.
버스는 무언가에 답답함을 느낀 청년들이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사소한 비행을 벌이고 다닐 것 같은, 평온한 도시 외곽을 지나갔다.
*표지 이미지는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2007)> 스틸컷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