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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Dec 18. 2015

호타루자야행 트램은 어디에

공항버스는 나가사키역 앞에 멈춰 섰다. 옆으로 지나가는 트램(노면전차)들이 이곳이 나가사키임을, 최소한 외국임을 확인시켜 줬다.


일단 숙소가 있는 호타루자야로 가기로 했다. 인터넷 로밍도, 유심카드도 사지 않은 상태라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했다. 숙소로 가는 안내문을 캡쳐해 놓지 않은게 후회됐다.


다행히 나가사키역 주변에서는 외국인 전용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다. 와이파이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전화를 걸어 인증번호를 입력할 때까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안내문을 확인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다시 읽어보니 내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는 오후 9시까지만 체크인이 가능했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카운터에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더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안내문에 적힌대로 급행3번 트램을 타기 위해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20분이 지나도록 기다리는 트램은 오지 않았다.


정류장을 몇 번을 돌아다니며 노선도를 확인했지만, 이 정류장은 틀림없었다. 옆에 있는 한국 여성 여행객 3명도 나와 같은 트램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사진을 찍어주느라 급한 기색은 없었다.


8시40분. 이제 정말 시간이 촉박했다. 그런데 다른 트램에도 ‘호타루자야’라고 써 있었다. 일본인 아저씨에게 이 트램도 호타루자야에 간다는 걸 확인받고 트램에 올랐다. 여성 여행객 3인방에게도 알려줄까 생각했을땐, 이미 늦었다.


트램에는 야구를 마치고 온 듯한 중학생 열다섯명 정도가 같이 탔다. 남학생들은 야구 장비를, 매니저로 보이는 여학생 몇 명은 음료수 통과 물동이를 들고 있었다. 일본은 중고등학교에도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게 늘 부럽다.


트램에 앉아서도 제대로 가는게 맞는지 불안해 옆에 있던 아저씨에게 재차 확인했다. 노선도를 보여주니 손가락으로 노선을 따라 그리며 호타루자야역까지 이렇게 간다며 알려줬다. 급행3번보다는 훨씬 돌아가지만 제대로 가는 것은 확실했다. 아저씨는 호타루자야역 두 정거장 전에 내린다고 했다.


‘한국에서 왔느냐’는 아저씨의 질문에 ‘오늘 왔다’고 답했다.

“나가사키에 3일동안 있는게 좋을까요, 구마모토에 다녀 오는 게 좋을까요?”

아저씨께 물었더니 자세하게 답해주셨다. 아저씨의 말 거의 대부분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확실한 건 세계공원을 추천해 주셨다는 거다. 그 세계공원이 원폭 투하를 추모하며 만든 ‘나가사키 평화공원’인지,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됐다는 구라바엔(글로버공원)인지는 모르겠다.


드디어 호타루자야역에 내렸다. 이 역은 노선의 종착역이다. 밤에는 깜깜한 교외다. 길 건너에는 비석들이 빽빽이 채워진 공공묘지가 있었다.


캡쳐해 놓은 지도도 소용없어 길을 잃었다. 할머니 한분께 길을 물으니 다행히 이 숙소를 알고 계셨다. 같은 방향이라고 해서 따라 갔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들은 할머니는 ‘진도’ 얘기를 했다. 진도 가수 노래를 안다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국 노래를 부르셨다. 나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노래였다.


할머니께서 갈림길에서 알려주신 방향은 더 깜깜한 골목이었다. 할머니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런 곳에 어떻게 여행객이 찾아갈까 싶었지만, 안내문에 나와 있는 사진과는 일치했다. 일본 신사 앞에 세운 문을 도리이라고 하는데, 계단 앞에 석조 도리이가 보였다. 조금 오르니 과연 조그마한 신당 하나가 보였다.

‘무슨 이런 문화재 같은 곳에 숙소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니 오른쪽에 ‘나가사키 카가미야’, 내가 찾던 숙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숙소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늦어서 안내 직원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동시에 안고 나는 숙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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