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카가미야는 작은 정원이 딸려있는 이층 주택이었다. 중년의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부부는 숙소 옆집에 따로 살고 있었다.
안내문에 ‘오후 9시 이후에는 카운터에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써 있었던 것은, 9시가 되면 부부가 자택으로 ‘퇴근’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퇴근해 자택에 계신 주인 부부를 찾아가 체크인을 부탁해야 했다. 다행히 인상 좋은 아주머니께서 친절히 맞아주셨다.
나무로 된 여닫이문을 여니 진한 나무 향이 전해졌다. 마루도, 천장도, 이층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도 모두 나무였다. ‘이 숙소를 온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잘 온 거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냄새였다.
아주머니께 트램이 안 와서 늦었다고 말씀드렸더니, ‘급행3번은 지금 운행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슨 행사 때문이라고 하셨다.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젊은 일본인 커플이 숙소로 돌아왔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그들은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아주머니께선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1층의 식당 겸 거실이 있었고, 거실 맞은편에는 기모노 방이 있었는데, 옷이 족히 백 벌은 넘어 보였다. 이층에는 객실 3개가 있는데, 내가 사용할 4인용 도미토리는 복도 끝 왼쪽에 있었다. 아직 열시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나는 짐만 간단히 챙기고 나갈 채비를 했다.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밤을 마냥 잠으로만 보낼 순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지갑엔 1만엔 정도만 남기고 나머진 가방에 넣어 숙소에 두기로 했다.
“시안바시가 이자카야도 많고 밤새 놀기 좋아요. 다른 곳은 가게들이 금방 닫아요.”
아주머니께서 추천해 주신대로 시안바시로 가기로 했다. 막차는 자정 즈음에 끊긴다고 했다.
“택시를 타도되지만 젊으니까 걸어오면 숙소까지 30~40분이면 될 거예요.”
오후 9시 50분. 젊은 나는 호타루자야역에서 2번 트램을 타고 시안바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