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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Dec 22. 2015

모토시쿠이마치 배회기

니시하마노마치역에서 내려 시안바시역으로 향했다. 다음역인 스키마치 역에서 1번 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어차피 니시하마노마치역에서 시안바시역까지는 두 정류장밖에 안 된다. 지리도 익힐 겸 걷기로 했다.


조금 걸으니 하마노마치 아케이드가 눈에 띄었다. 일본에는 천장이 아치형으로 돼 있는 아케이드 상점가가 발달돼 있는데, 하마노마치아케이드는 나가사키시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지역이다. 하지만 오후 10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조금 더 가니 시안바시역이 보였다. 일본에 도착한 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뭐라도 먹기로 했다. 라멘, 만두, 빵, 덮밥 집들이 보였다. 그러나 뭘 먹을지는 쉽게 정하지 못했다.

한 술집은 바 하나에 의자가 두 개밖에 없을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그 앞에 서양인 무리 6명이 자리를 꽉 채웠다.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하지만 배를 채울 곳은 아니므로 패스했다.


계속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번화한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가사키 최대 환락가라는 모토시쿠이마치였다. 거리 입구 빵집에는 호박장식이 요란하게 꾸며져 있었다. 할로윈을 며칠 앞뒀기 때문이다.


술집들과 음식점 위로 화려한 조명들이 빛났다. 가게 앞에는 남녀 호객꾼들이 잠재적 손님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일본 번화가는 낮에는 일반 음식점이 장사하는 거리도, 밤이면 ‘손님’을 찾는 여자들이 대놓고 나오는 모양이다. 예전 고베 여행 때도 이런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호기심이 들면서도 거부감도 들었다.


빠르게 모토시쿠이마치를 한바퀴 둘러봤다. 하지만 마음 편히 밥을 먹을 곳은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대로변으로 나왔다. 지나쳐온 가게들을 살피다가 ‘나카무라’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하얀색 벽의 깔끔한 외관을 지닌 가게였다. 창을 통해 들여다 본 내부도 모토시쿠이마치보다 ‘안전’해 보였다.


오코노미야끼를 파는 곳이었다. 6명 정도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밝고 큰 목소리로 오서오시라는 인사를 했다.

일반 테이블은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철판 앞에 놓인 바의 현관 쪽 맨 가장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고 ‘베스트’라는 표시가 붙은 ‘나카무라 오코노미야끼’와 아사히 맥주를 주문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낯선 거리를 배회한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그런 탓인지 갑자기 배가 무척 고파왔다. 하지만 주문이 밀렸는지 음식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기본 안주로 나온 오뎅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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