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오코노미야키와 아사히 맥주가 나왔다. 평소엔 반주를 즐기지 않지만, 일본에 오면 꼭 반주를 하고 싶어진다. 일본 영화나 소설의 영향일 거다.
맥주를 마시며 가게를 둘러봤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가볍게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유쾌한 금요일이었다.
여행안내서를 들여다 봤다. 내일 뭘 할지 아직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코노미야키 4분의 1, 한 조각을 먹고 있을 즈음이었다.
가게에 손님 한 무리가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돌아본 나와 그들은 바로 서로를 알아봤다.
“어머”
무리 중 한분이 놀란 듯 소리쳤다. 트램 정류장에서 마주쳤던 한국 여성 여행객 3인방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한국분이셨어요?”
내가 한국인이란걸 신기해 하며 그들은 내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
“아까 우리 주변에 계속 돌아다니시길래, 우리한테 길 알려주려고 그러시는가 했어요.”
“그땐 저도 트램 노선 찾고 있었어요. 급행3번 기다리셨죠?”
“네, 근데 진짜 일본 사람인줄 알았어요.”
통성명을 했다. 가장 말이 많으셨던 큰누님은 36세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사과씨. 다른 두 분은 30세의 외국계 IT기업 사원 박다래씨와 국내 대기업 유통업종에 종사하는 김귤씨다(별명입니다).
큰누님과 다래 누나는 여행중에 알게 된 사이, 다래 누나와 귤누나는 영국 체류 중 알게 된 사이다. 셋이 죽이 잘 맞아 종종 짧은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알고 보니 3인방은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귀국편도 같았다. 3인방은 무척 신기해했다.
예전 오사카 여행에서도 이런 적이 있었다. 같은 식당에서 마주친 형님과 이틀을 같이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은 출국 비행기 내 앞자리에 앉았었다.
“내일 뭐 할 계획이예요?”
큰누님이 물었다. 계획이 없어서, 구마모토라도 갈까 생각중이라고 답했다.
“힘들텐데 역시 젊어서 다르네.”
라는 큰누님스러운 반응이 돌아왔다.
귤누나가 내 옆쪽에 앉은 탓에 나는 주로 귤누나와 대화를 했고, 큰누님은 다래 누나와 얘기를 했다.
3인방의 여행 테마는 힐링이었다. 관광지는 한두곳만 가보고, 노천온천에서 여유있게 쉴 예정이라고 했다.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의 여유’라고 생각했다.
“여행 혼자 오면 심심하지 않아요? 고독을 즐기는 건가?”
귤누나가 묻길래, ‘혼자 와야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긴다’고 답했다. 오사카에서도, 홍콩에서도 혼자였기 때문에 거기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 같다. 동기와 필리핀에 여행을 갔을 때는 둘이 놀기 바빴다.
“여행지에서 혼자 있으면 생각은 많이 하겠어요.”
“그래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다음에 어디 갈지예요.”
나카무라에서 우리들의 대화는 무르익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