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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06. 2021

Day 12, 아버지의 상경

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지금까지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마디 혹은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mryon


 2014년 이른 봄. 3년 백수 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피디로 출근을 앞둔 어느 날. 제주도에서 아버지가 올라오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갑작스럽게 상경을 하신 것이죠. 집 앞의 한 참치집에 먼저 자리를 잡고 저를 불러낸 아버지.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 부자는 대화가 많지 않았어요. 워낙 말수가 적으신 아버지와 그 피를 물려받은 아들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날 참치회를 두고 몇 번의 술잔이 오가고 나서야 아버지는 입을 여셨지요.

 “이제 막 사회를 나서는 너한테 꼭 가르쳐줘야 할 것들이 있다.”

 그날 아버지는 당신이 60 평생을 살면서 남자로서,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가장으로서, 또 회사를 경영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아버지만의 인생 철학을 얘기해주셨습니다.

 “사람을 절대 믿지 말 것. 나 이외에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살거라.”

 “세 끝을 조심하여라. 우선 손끝. 보증은 절대 서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이를 도울 때 너의 방법으로 확실히 돕되 함부로 싸인하지 말거라. 그리고 혀 끝. 항상 생각하고 내뱉어야 한다. 말이라는 건 언젠가는 분명히 네게로 돌아온단다. 마지막으로 중요 부위 끝.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돈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만원의 소중함을 네가 일을 하면서 꼭 느끼길 바란다.”

 “첫 달의 월급은 네 엄마께 1원자리까지 보내드려라. 그게 인간의 도리란다.”

 아버지께서 그날 저에게 해주신 단기 속성 인생 참교육은 지금까지도 제 인생의 중요한 행동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도 그날 아들을 찾은 아버지의 마음을 더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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