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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06. 2021

Day 11, 내가 뭘 잘 했었지?

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mryon


 순간 머리가 하얘지네요. 내가 뭘 잘했었지?.. 하고요. (웃음)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 중에 그나마 ‘참는 것’ 하나는 꽤 잘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일단 곧바로 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단 참고 보는 거죠. 감정에 휘둘리면 될 일도 그르치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매사에 ‘참을 인’을 모두 새기긴 어렵습니다. 참다가 병이 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그 상황에 몰입해 상대방으로 빙의(?)를 하곤 합니다. 그 사람의 자리에서 그럴만한 이유를 찾아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것이죠. 제 아내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저의 모습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다나요. (웃음)

 반면 자신이 없는 것은 왜 이리 많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아이템 찾기’ 였던 것 같네요. 매번 방송 날짜를 받고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게 바로 방송 아이템 찾는 일이었어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뻔한 이야기가 아닌, 각을 세워 새로운 관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성격 탓인지 세상이 다 좋아 보여서 결국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쉽게 꽂히는 이야기 속에서 다른 관점을 찾으려고 해도 관심사가 뚜렷하지 않아 그마저도 매번 애를 먹습니다. 입사 이래로 아이템을 단번에 찾아서 대박(?)나 본 기억도 없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어떤 이야기를 의미 있게 던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더 커져만 가는 듯하네요. (그래서 이 일이 잘 맞는지를 매번 묻지만 아직은 역시나 잘 ‘참고’ 있는 듯합니다.) (웃음)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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