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지금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진짜 ‘나’라는 사람은 누구여야 하는가. 이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올해는 제 몸이 저에게 말을 건넨 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제가 ‘설정한 나’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진짜 나’라는 존재는 무던히도 노력했던 거죠. 몸이 상하고 에너지가 바닥나는 줄도 모른 채 말입니다. 진짜 ‘나’를 객관화해서 보고 다시 재포지셔닝을 해야 할 시점에 맞닥뜨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혜신 박사가 <당신으로 충분하다>라는 책에서 “어려움의 근원은 ‘나-나’간의 관계에서, ‘나’가 바라보는 ‘나’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서 시작된다”라고 하더군요. 여태 저는 제가 생각하는 ‘나’와 진짜 ‘나’가 하나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기회에 면밀히 내면을 들여다보니 박사님 말처럼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제 자신이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두 개의 ‘나’ 모두 욕심이 엄청 많아서 무언가를 쟁취해야만 하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답변에서처럼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희미해지면 왠지 모를 조바심이 왜 그렇게 나는 걸까요.
이렇게 엎어지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여태까지 저는 그 ‘좋은 사람’을 왜 일(work)로만 실현하고자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생각이 어리석게 보이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그렇다면 진짜 ‘나’라는 사람은 누구여야 하는가가 정말 고민입니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며, 무엇에서 만족하며, 어느 선까지 욕심을 부려야 하는지. 이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남은 시간들은 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지금 주어진 시간은 바로 그 답을 찾기 위한 과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