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당신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글쎄요. 여태까지의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처럼 느껴지네요. 왜냐하면 저는 요즘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거든요. (웃음) 사실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선 나름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합니다. 휴직을 하고 적어도 올해가 갈 때까지는 그 어떤 조바심도, 스스로에 대해 채찍질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여태 저 스스로 너무 가혹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막상 무언가를 노력하지 않으려는 것도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더군요. ‘이쯤 되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아무 생각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있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나마 12월에 들어서 이렇게 매일 나를 돌아볼 수 있게 글을 쓰는 것과 아내를 따라 하루에 일정 분량 독서를 하는 것이 유일한 노력이겠네요. (웃음. 나름 12월 둘째 주에 벌써 두 권을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은 과연 나에게 무엇일까? 라는 새로운 질문이 던져질 수도 있겠습니다. 크게 두 개일 것 같아요. 더욱 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서 ‘우리의 인생’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약간 달리 표현을 하자면 나 혼자만 잘사는 삶이 아닌, 같이 산다는 것의 가치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면서 우리 안의 ‘독기’를 희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삶. 이것이 제가 규정하는 ‘더 나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답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교과서가 교과서로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 있지 않을까요? (웃음) 다만 그 교과서적인 답을 교과서적이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제 과제이겠네요.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