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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04. 2021

Day 2,
2020년은 마라토너의 심정으로.

숨고르기 연습, 서른 여섯의 마지막 기록

올 한 해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당신의 2020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싶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mryon

 마라토너들은 그만 뛰고 싶은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들에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일 텐데, 그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며 언제까지 그 유혹을 안고 달리는지 그게 저는 그렇게 궁금하더라고요.

 질주 속에서 멈춤을 고민하는 ‘마라토너의 심정’. 다름 아닌 저의 2020년이었습니다. 결승선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고비를 넘을 때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단속했고, ‘멈추면 모든 것은 무너지리라’라는 믿음으로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 달렸습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내가 지금 멈춰도 되는가’를 고민했고, 숨이 막히고 나서야 멈춰 섰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뒤바뀌지 않더군요. 고요할 뿐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어제와 같았습니다.

 그 고요 속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아들 이준이었어요. 일에 파묻혀 있었더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순간들을 함께 하면서 헌팅 장소 사진이 가득했을 아이폰의 사진첩을 이준이 사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반복해서 꺼내 보며 이준이뿐만 아니라 나도 변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 수 있고, 이것이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도 새로운 ‘삶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뜀박질을 멈춤으로써 얻은 가장 큰 수확이죠.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본캐(본캐릭터)로서 아빠가 되고자 하니 절망감이 크더라고요. 성취라는 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육아의 세계에서 스스로가 아빠라는 역할을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아빠라는 '본캐'는 절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아빠’가 된다는 것은 마라토너의 정신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런지요. (웃음) 허나 이번에는 마라토너의 마음처럼 쉽게 멈추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멈출 수도 없겠거니와 처음부터 스퍼트해서는 끝까지 뛸 수 없다는 것을 일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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