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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04. 2021

Day 3, '인생의 깨달음'

숨고르기 연습, 서른 여섯의 마지막 기록

누구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이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첫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껴본
‘남의 돈 버는 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라거나
그동안 배운 거 잘 써먹고 나서 느낀
‘공부해서 남 주더라’일 수도 있죠.
혹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느낀
‘부모 마음은 엄마가 되어 봐야지만 알 수 있다’
일 수도 있고요. 지금 당신이 많은 사람 앞에서
인생 강연을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본인이 여태까지 살면서 직접 부딪치며 얻은
 ‘인생의 깨달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요?

@mryon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던 해, 아내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글쓰는’ 것으로 마음을 선물해왔습니다. 내가 가진 <진심>이 최고의 재산이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것은 비단 아내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업무상 섭외를 할 때도 제 진심을 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작은 시련에서부터 큰 풍파에 이르기까지 외부 세계의 그 거대함을 하나씩 경험하면서 최고라고 여겼던 ‘진심을 표하는’ 나만의 방법론이 과연 최선인가를 의심하게 된 것이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통 글이라는 것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 것이죠. 아내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했던 그 날이 바로 생각의 충돌이 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좋다’, ‘더 사랑하고 내가 더 잘할게’라는 표현‘만’으로는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건넨 게 없는 상태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그날 깨달은 셈이죠. 더 실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스스로 던졌던 질문에 가까스로 닿은 답은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그 시간 안에서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그 방식 안에서 생각을 교환하고, 거기에서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아내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는지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묻고 답하는 중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나는 지금 당신과 함께하고 있는가. 올 한 해 아주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시간 덕에 적어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한편으로는 그때 찾은 답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2, 2020년은 마라토너의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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