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시련을 이겨내는 원동력, '시련'
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삶은 즐거울 때도 힘들 때도 있어요.
당신의 삶에도 분명 많은 시련이 있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삶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mryon아들 이준이가 떠오르는군요. 정말이지 올해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가 큰 몫을 했거든요. 꺄르르 웃는 쭌쭌이에게서 ‘생명력의 원천’을 봤다랄까요. (웃음)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들어가 진지하게 생각해보려 합니다.
직장 생활 3년 차마다 슬럼프가 온다는 직장인 증후군이 무색하리만큼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있어 매 순간이 어려웠습니다. 전 국민이 보는 티비의 한 시간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정된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해 무한대에 가까운 제 시간을 소위 ‘때려 박아야’ 하는 비대칭성이 저를 힘들게 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과물이 썩 나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리워드가 적어도 피디 생활에서는 꽤 좋은 원동력이 됐습니다.
하지만 리워드에 기댄 생활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가에 일희일비하다 보니 쉽게 지쳐갔습니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주기적으로 잦아졌습니다. ‘삶은 곧 힘듦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요.
공황을 겪고 멈춰서서 돌아보며 선명하진 않지만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은 ‘시련을 시련으로써 인지하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시련인 줄 알아야 역설적으로 그 반대편에서 벌어질 일들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저에게는 지금이 딱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일상을 되찾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데, 만약 앞서 경험한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 느끼는 행복도 결국 없지 않았을까요.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꽤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내 인생 속에서 그런 감정들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지금의 시련을 관통하고 있다 생각한다면, 적어도 크게 넘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 이야기는 앞으로의 제 자신을 향한 주문이기도 합니다. (웃음)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