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라는 말이 있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올해의 시도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휴직을 결정한 것이 아닐까요. 물론 갑작스럽게 찾아온 몸의 이상 때문에 병가로 시작된 휴식이지만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라는 말을 따라 휴직을 결정하게 됐죠. 물론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진행하고 있던 새 프로그램 론칭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회사 내에서의 입지가 혹시나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그리고 무엇보다 더 근본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꼭 너는 누구여야만 하는가.. 꼭 규정을 지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을 누군가 던질 수도 있겠습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백수’로 돌아간다는 것은 퍽 큰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입니다. 대학 졸업 이후 만 3년 동안 피디가 되기 위해서 문자 그대로 ‘백수’로 지내던 시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누구’도 될 수 없었던... 적어도 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가까스로 그 긴 터널을 관통해서 얻어낸 타이틀이 다름 아닌 피디였던 것이지요. 그런 연유 탓인지 ‘티비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기규정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해 낼 필요성도, 동기도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이기에 다시 잠깐이라도 무관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무모함 그 자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휴식을 선택했습니다. 일하는 김승용이 아닌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휴직은 역설적이게도 저를 빈칸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죠. 열심히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고, 두려움이라는 관성까지 버텨내니 이준이의 아빠, 아내의 남편, 부모님의 아들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해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과감하게 해봐야겠습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말이죠. (웃음)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